잘 말아줘~ 잘 눌러줘~
코로나가 막 시작될 무렵, 뉴욕 여행을 했다.
뉴욕을 돌아다니며 나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개인화가 잘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스타벅스에는 가야 우유 종류가 2~3가지 있는데 뉴욕은 동네 카페조차 4가지 이상의 우유를 제공 중이었다. (심지어 셀프바에도!) 뿐만 아니라 샐러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조합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기본값이었고, 식당에서는 알레르기 체크를 하기도 했다. ‘주는 대로 먹어(?)’의 문화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개개인을 존중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느낀 뉴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먹는 취향까지 존중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존중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뉴욕 여행 6일째, 치폴레에서 샐러드를 포장하고 있는데 문득 김밥도 이렇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채소만 넣으면 비건, 탄수화물을 빼고 건강한 지방으로 채우면 키토 제닉 등 다양한 식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무한대의 조합이 나올 것만 같아서 사업을 해보고 싶을 지경이다. 서브웨이처럼 밥부터 재료의 종류까지 고르는 커스텀 김밥, 재밌지 않을까?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김밥은 간편식이자 서민의 음식으로 통한다. 유리창에 크게 김밥 한 줄에 1,000원이 쓰였던 시절이 있었다. 싸고 간편한 음식, 그게 김밥이다. 지금 우리는 한 줄에 5,000원이 넘는 김밥을 보면 무슨 김밥이 5,000원이 넘냐는 소리를 한다. 그러고 나서 5,000원이 넘는 아메리카노는 아무렇지 않게 사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김밥은 그렇게 통한다.
김밥은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다.
아니다. 사실 어떤 음식보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다. 시금치/당근 등의 채소, 햄/참치 등의 단백질, 탄수화물인 밥까지.
그뿐일까? 학창 시절 소풍 갈 때 먹던 김밥, 그 김밥을 위해서 우리의 가족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재료 손질을 했다. 그 어떤 음식보다 정성스러운 음식이다.
김밥,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해 먹기 힘들다.
(=진입장벽이 높다)
김밥, 간편하게 먹을 방법은 없을까? 사실 너무나도 많다.
김과 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재료만 넣어도 근사하게 완성된다. 김밥 전문점에서 보이는 재료를 다 넣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맛있는 김밥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일단 다 넣고 말아서 잘라본다.
김밥만큼 다양한 조합이 나올 음식이 또 있을까?
김밥은 정말 무궁무진한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