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한 시간에 한 팀이라니

by iima

"뭐? 예약제 카페가 있다고? 어떤 매력이 있는데? 특별한 거 없으면 가지 말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그저 그런 공간보다는 특별한 공간을 찾게 된다. 유난히 맛있다던가, 아니면 건축미가 있다던가, 아니면 콘셉트가 독보적이던가... 하는 특별함을 바라게 된다.


이번에 특별함은 예약제였다.

"한번 가보자."

남편이 이끄는 대로 아무 정보도 없이 따라나섰다.


가는 길에 "하루에 한 팀만 받는데, 그럼 돈이 안될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 자기만족 아닐까? 성의 있게 내어주고 싶은 마음일까? 우리랑 비슷한 상황 아닐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은 거 아닐까?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거야... 등등


꼬불꼬불 숲 속에 있을 것 같은 예약제 카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잔디정원에 마음을 뺏겨 엄마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려 하고, 남편은 얼른 커피를 골라라고 보챘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도저히 한 시간에 한 팀이고 뭐고 매력을 도통 느낄 수가 없었다.


아이손을 아빠손에 넘겨주고, 커피를 주문하러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야...

오 한 시간에 한 팀.


카페에 아무도 없고, 잔디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통창, 그리고 잔디 정원에 아이와 아빠가 놀고 있는 게, 영화처럼 다가왔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주 고심한 듯 고상하게 디카페인 브루잉을 고르고 (요즘 커피 마시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논카페인모드라... 호호) 우아한 척 정원을 바라보다가, 굽신굽신 모드로 사장님께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카페를 예약제로 운영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내 딴에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불편하지 않게 여쭙고 싶은 마음에,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가 더 개미 같아졌다.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사장님은 밝게 웃으며 "네, 여기 위치도 그렇고, 콘셉트가 조용하게, 쉼과 힐링이라서..." "아, 네..." 뭔가 아쉬운 대답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 얼굴에 담긴 걸까. 사장님이 다음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어서요. 한 시간에 한 팀정도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아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 답을 정해놓고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 원하는 대답을 얻은 것처럼 시원했다. 그리고, 사장님의 할 수 있는 만큼. 덕분에 이렇게 멋진 공간을 조용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에. 아주 진심의 감사인사가 튀어나왔다.


지어진지 얼마 안 된 신축 건물에, 잘 갖춰진 바리스타 공간 앞으로 널찍한 테이블 두 개 그리고 통창, 그 앞으로 잔디 정원. 한 시간에 한 팀 예약, 사용시간 두 시간, 그러면 앞 뒤로 세 팀이 다 두 시간씩 쓴다면, 한 시간은 앞 손님과 만날 수 있고 그 뒤 한 시간은 뒷 손님과 만날 수 있다. 다들 한 시간 씩만 머물고 나간다면 오로지 한 시간을 한 팀이 쓸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정성스러운 커피.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감사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불편은 있었다.


커피 만드는 사장님은 정원을 향해있고, 내가 앉아 있는 소파도 정원을 향해있다. 내 뒤에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1:1이라, 왜 이렇게 움직이기가 뻘쭘한지... 조용하게 있다 보니 나의 움직임이 사장님을 거슬리게 하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고, 사장님의 투닥투닥 커피 내리고 설거지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서 그것 또한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곳을 한 번 더 찾았는데 그때는 놀러 온 가족들에게 좋은 공간을 보여주고 싶어서 갔던 거라, 우리가 소란스러우니... 그런 불편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크게 웃고 떠들어도 눈치 보이지 않고, 잔디 정원에서 뛰어놀다가 실내로 들어왔다가... 그러나 그때는 뒤 한 시간을 다음 손님과 겹치니 굉장히 뻘쭘했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려고 온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우리가 민폐가 될까 봐. 두 시간을 채우지 않고 한 시간하고 조금 있다가 일어났다.


그래도 이런 공간은 거의 드물고,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불편보다는 편안함과 감사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잠깐,

화장실에서 꽤 널찍한 공간에 변기만 덩그러니 있는데 휴지걸이가 저쪽 앞쪽 벽에 걸려 있다. 몸을 살짝 들어서 손을 앞으로 최대한 쭉 뻗어야 겨우 손이 닿았다. 휴지걸이를 더 가까이 걸어둘 수는 없었을까 하고 화장실을 휙 둘러보니. 꽤 널찍한 공간임에도 변기의 앞뒤좌우 씽을 제대로 맞췄구나 싶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집을 짓다 보면 어지간히 "씽"을 맞춘다.

어쩌면 사장님도 아쉬워하고 있지 않을까? 여쭤보고 싶다.


변기 위치를 정할 땐, 휴지걸이, 비데 리모컨, 변기리모컨, 변기에 쓸 수도꼭지, 비데나 전기변기에 쓸 콘센트 위치, 휴지통, 문 여는 공간까지 잘 생각해야 할 것. 무조건 '씽'이 좋은 건 아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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