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특수한 목적으로 쓰였던 곳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곳이 종종 있다. 대체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특수한 목적의 쓰임이었던 만큼 공간 자체도 특이해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동물이 있어서 아이에게 동물을 보여줄 목적으로 간 곳은 예전에 쓰임을 매력 있게 재탄생시킨 공간이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갈 때는 독특한 구조와 간판에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안내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설레던 게이지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입장료가 있었고, 입장료에 음료 하나 또는 동물 간식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글로 써놓기는 했지만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아서 보기 전에 물어봐야 했고, 자세한 안내가 없어서 내가 이 공간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작은 종이를 앞에 두고 한 참을 읽고 서있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이 없는 것은 어쩌면 공간을 마음껏 즐기라는 마음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공간 탐색을 시작했는데… 이 공간이 만들어질 때의 영상이 빔으로 재생되고 있었는데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얼핏 봤다. 그런데 내 앞에 놓인 음료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에 빨대에 종이 깎지까지 구색을 갖춘 채 놓여 있었다. 내가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무겁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이런 단어를 아무렇게나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안 보이는데 왜 제로웨이스트라고 하시는지….
동물을 보러 왔으니 동물들을 차근차근 만나러 간다. 와 기니피그야, 앵무새야. 저기 멍멍이가 있네, 여기 들어가면 토끼가 있대. 양도 있대. 고양이가 자고 있네 야옹. 이제 말도 볼까… 하면서 보고 있는데 점점 더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두컴컴한 비닐하우스 안에 좁은 우리에 있는 양과 토끼, 작은 새장과 실내 좁은 우리에 모여있는 기니피그. 그다음은 이쪽 끝 저쪽 끝에 묶여있는 개. 짧은 체인에 묶여 다리에 파리가 붙어도 입으로 떼어낼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는 말.
말을 보자마자 마음이 안 좋기를 넘어 아린다. 승마체험을 한다고 되어있던데 그렇게 짧게 매어놓고, 더운 날 안장도 채워놓고, 파리를 떼어내느라 다리를 부르르 떨고 있다. 아이한테 이런 슬픈 광경을 우와… 하면서 보여주는 게 아이한테도 동물한테도 미안했다.
거기서 자유로운 건 고양이 네 마리뿐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새장과 울타리는 필요하겠지만, 조금 더 넓고 쾌적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혀 관리되지 않은 공간들에서 사람이 주는 당근을 기다리고 있는 스트레스 가득한 발길질에 옆에 가기가 두려웠다.
매력적인 공간, 체험 공간, 어떤 취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시작은 거창했을지 몰라도… 유지관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들만 희생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까웠다.
여기는 우리랑 안 맞는 걸로! 의 정도가 아니라 아주 슬픈 공간 인걸로…….
첫 글이 슬퍼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