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향기도 공간 브랜딩에서 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특정 공간의 불편보다는, 향기 때문에 불편했던 공간들을 아주 감정적으로 남겨보려 한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주관적이지 않은 게 어디 있겠냐만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향기를 아주 잘 못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향기는 고정 비품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 따라 흐르고, 일정하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응축되기도 하고고 옅게 흩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후각은 아주 아주 쉽게 지치고 피곤해져서 쉽게 적응하기도 한다, 후각으로 인해 감정이 왔다 갔다 하고, 기억의 보존에도 큰 영향을 준다.
향기를 잘 못쓴 공간은 나를 아주 괴롭게 만든다.
호텔, 백화점 1층을 닮고 싶었나.
보통 향기가 좋아야 하니 디자인이 예쁜 디퓨져를 곳곳에 두는 경우가 있다. 어느 호텔에서는 시그니처 향기를 만들어서 디퓨져를 39000원에 판매하고, 설명을 이런 식의 언어로 써놨다. 매 순간을 청량하게. 디퓨져 병이 이쁘니 나만의 인테리어를 완성. 나는 이미 이 향기 때문에 지친 상태라, 대체 어디가 청량하고 이 병이 대체 어디가 예쁘고 대체 어디가 나만의 것인지 모르겠네.
이 디퓨져를 파는 호텔은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발향제로 가습기처럼 미스트를 뿜어대는데, 내가 이 미스트를 한숨 마시는 순간, 이 독한 화학물질이 폐 구석구석에 거서 끼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호텔 일층에 있는 뷔페를 이용하러 왔는데, 그래서 이 1층에서 번호가 되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속이 메스껍기를 수차례 견뎌내고 있었다. 아 밥 먹기 전에 코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이 향기는 아마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반응이었겠지. 많은 사람이 좋아했겠지.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뿜어대는 화학물질 덩어리가 너무 불편하고 건강하지 않고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례하다고 느껴진다. 이 향기를 뿜어대는 이면에 이 향기를 맡으면 이 호텔이 떠오를 거예요가 있을 텐데 그 방향으로는 이백퍼센트 성공하신 거라고 축하를 해드리고 싶다.
개인의 식당,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의도치 않게 오픈런을 했다. 좋아하는 식당에 갔다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두 번째 대안으로 선택했다. 한 팀 씩 차례로 들어오라고 안내해 주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안에서 진한 향기가 퍽퍽 새어 나온다. 처음 열렸을 때는 아 맞아 지난번에 왔을 때 진한 향기가 있어서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참았다. 내 앞으로 네 팀이 들어가는 동안 네 번의 문이 열렸고, 그동안 또 메스껍기를 반복했다. 들어가고 나면 코가 지쳐서 익숙해질 거니 그때까지 참고 그다음은 내 코가 피곤해지고 적응하기를 기다려야지.
내 차례가 되었고 들어가서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순간. 미친 향기 분자들이 나를 집어삼키는 느낌이었다. 향기에는 호불호가 있어서 아마 이 향기가 나에게 호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까 싶지만, 아무리 호라도 건강하지 않게 진한 향기는 불편하지 않을까. 심지어 여기는 식당이다. 식당브랜딩을 할 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식당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코로 향기를 맡고 입으로 맛을 느끼는 건데 그 향과 맛은 상호보완적이라 한쪽이 일그러지면 맛 전체가 일그러진다.
음식 냄새를 풍기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요리하는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진하고 독한 향기로 꽉 찼다. 그러나 식당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맛있고 고소하고 상큼한 풍미를 담은 요리자체의 향기를 뿜어대는 게 더 적절한 향기 브랜딩이 아닐까. 생각보다 이 점을 간과한 식당이 많은데… 자신이 대접하는 요리의 향기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화장실, 으악 공격은 넣어두시죠.
화장실 냄새는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도저히 컨트롤하기 어려울뿐더러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청소를 할 수도 없고. 그러나 원인 제거를 해야 한다. 하수구는 냄새방지트랩을 써야 하고 퍼진 냄새는 환기만이 답이고 묻어나는 냄새는 씻어서 흘려보내야 제거된다.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으니 방향제 탈취제를 쓰는 거겠지만… 탈취제도 방향제도 덮어씌우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제발 화장실에 그 싸구려 방향제는 치워줬으면 좋겠다. 칙 분사하는 자동 방향제는 탈취제의 특유의 퀴퀴한 화학향이 있는데… 어느 날은 변기 위에서 내 온몸을 향해 샤워기가 쏟아 내리듯 칙 뿌려지고, 어느 날은 손을 씻는데 내 얼굴을 향해 공격하듯 발사됐다. 그대로 코로 흡입해서 숨이 컥 막혔던 적이 있다. 더구나 그때 임신 중이었고 입덧을 지나는 중이라 엄청나게 불쾌하고 심지어 화가 났던 순간이 떠오른다. 위치를 왜 그렇게 선택했을까 화장실 냄새를 절대 못 맡게 코를 마비시키고 싶으셨을까…
고깃집을 다녀오면 고기향이, 청국장집에 다녀오면 청국장 냄새가 옷에 남는 건 당연하듯… 향기가 진한 곳에 다녀오면 그 향기가 옷에 오래 남는다. 남은 향기를 다시 맡았을 때 불편이 되지 않기를…
커피집에 가면 고소한 커피 향이 반겨주는 게 반갑고, 빵집에 가면 고소한 빵 향기가 반겨주는 것이 반갑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가능한 건강한 호의 향기를 쓰려고 애를 쓰면 좋겠고, 그 공간에 어울리는 과하지 않은 향기를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