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보 스타일일 것 같은 카페를 찾았어. 한번 가보자.”
“응. 가보자! 고고”
남편이 가고 싶은 장소를 찾는 목적이 아이를 위한 것으로 옮겨간 거라 생각한 지 오래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내가 행복해하는 게 좋아서… 카페도 찾고 식당도 찾는 거라고. 물론 나만을 위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동안 미워한 사람이 여전히 나의 행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는 여담 ^^
차에서 내려서 외친다.
“오,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 느낌이 좋아! 기대된다!”
뭘 보고?
어쩌지 않은 채 널브러진 들풀을 보고.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의 공감과 해결책을 찾아 헤매고 있는 마음이 계속 마음 한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어서, 납작하고 매트한 외관과 널브러진 들풀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닮아있을 거라 지레짐작했다.
왔다 갔다, 주변을 살피기에 신난 아이와 겨_우 입구를 통과하는데…
내 짐작은 짐작일 뿐이고, 거친 외부랑 달리 내부는 콘셉트에 충실한 뛰어난 감각으로 구석구석 꽉 채워져 있었다.
여느 흔한 인테리어가 아닌, (기억하기론) 스스로 말하기를 ‘노력과 감각의 총합’이라는 문장을 앞세워, 단아함과 한국스러움과 깔끔함과 세련됨과 공간의 콘셉트와 디자인과 철학이 뭐 흠잡을 것 없이 조화로웠다. 그럼 나는 마음이 포옥 가라앉고, 오래 머물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만…
현실은 나만큼이나 즐거워하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호기심 많은 손을 저지하고 타인에게 두어 번 죄송하다 보면 아. 이제 그만 집에 가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문을 나선다. 그러나 아직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입구를 맴돌며 다시 들어가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에 “오 여기 느낌 좋아!”를 외치며 들어간 무리는 좌식 테이블에 앉아 상을 뒤집고 브랜드를 찾는데 정신이 팔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 혼자 찰나에 기대한 지레짐작에서 벗어난 아쉬움이 있어서 그럴까…
닮고 싶은 공간이었다기보다는 닮고 싶은 감각이었다.
그럼에도, 이리저리 끌려다닌 시간을 꺼내서 불편을 곱씹어 보자면…
참으로 감각 있는 공간들을 보면
예쁨이냐 실용성이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식탁과 책상은 다리가 안으로 쑥 들어가고 다리를 쭉 뻗어도 막힘이 없어야 편안한데, 디자인을 고려해서 다리를 넣을 수 없거나, 다리를 조금 넣을 수 있더라도 쭉 뻗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곳도 아주 감각적이고 커다란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을 만들어주고 단단하게 무게를 잡고 있지만 이 테이블에 앉을 때는 다리를 옆으로 틀어서 앉아야 했고, 좌식 공간에 앉을 때는 조그만 교자상을 앞에 두고 편의를 위해 두었을 폭신한 좌식의자에 엉덩이를 얹고 구겨져 앉아야 했다. (기본적인 형태의 테이블도 두 자리 정도 있었지만 )
요즘은 실용성과 편안함보다는 공간의 조화와 콘셉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회전율을 높인다거나 해서 일부러 불편한 의자를 두는 경우도 있다던데…, 나는 그렇다고 해도 실용성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 5분을 앉아서 커피를 후루룩 마시더라도 최고로 편안하게 앉아서 마시면 좋겠다는 바람.
디자인과 편안함을 다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디자인과 콘셉트를 선택해야 했겠지.
그러나 오늘은, 불편해도 좋으니 느긋하게 공간을 즐기고 싶었고...
그러나 아가야, 너는 온갖 순간을 만끽하며 천천히 자라길 바란다.
잠깐,
나는 집을 지을 때, 싱크대도 세면대도 발 부분을 높게 띄우거나 아예 수납장을 없애서 테이블 형으로 만들었다. 발이랑 다리가 다른 가림막이나 선반에 닿여서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를 했는데 그럴 경우 수납공간 (드러나면 깔끔하지 않을 것들을 숨기는 용도)이 확연히 부족해지긴 한다. 그럼에도 다음에 공간을 만들 땐 이 부분을 더 확실하고 깔끔하게 노출시키고 싶고, 부족한 수납공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미니멀한 삶을 택해서 불편이 줄어들도록 하고 싶다.
그럼 아래 배수구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공사초기 배관 설치를 할 때 위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설치해서 일자로 깔끔하게 쭉 올라오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때도 그렇게 안 됐다면 지금처럼 최대한 걸림이 없는 뒤쪽으로 배치해서 기존 자바라를 설치하고 노출하는 것도 그렇게 눈에 거슬리진 않았다.
그리고 기억할 것! 배관을 대충 설치하고 중간에 꺾어서 배수구 위치를 바꾸는 실수는 다시 하지 않기. 욕실 바닥 배수구는 절대 50파이로 하지 않기, 70파이 혹은 100 파이. -> 배수가 잘 안 되는 건 생각보다 큰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