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걸레받이

by iima

재활필라테스를 다니고 있다.

맨벽에 기대어 하는 운동을 하다가

'나는 뒤집어지고 싶어 안달이 났으나 본드와 타카에 의지에 겨우 붙어있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폭이 넓은 걸레받이가 말을 걸어왔다.


벽이 편평하지 않고 오목하게 마감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가 바닥 몰딩이 뜬 느낌이다. 프라이팬에 올린 마른오징어가 뒤집어지는 느낌이다. 저 반대쪽 구석 본드나 타가를 톡톡 떼어내면 팡, 하고 튕겨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라며 몸은 시키는 운동을 하면서 마음은 몰딩에 가있었다.


문득, 남편 따라 카센터에 가서 차량 점검을 맡기고 기다리던 날, 물에 젖은 채 곰팡이가 생기고 부풀어 올라 떨어질랑 말랑 하던 거대한 걸레받이도 떠오르고...


예전 집에서 걸레받이가 삐뚤삐뚤하게 붙어있고, 실리콘이 덕지덕지 붙어 있던 것도 떠오르고..


최근에 인테리어 한 아파트에 갔을 때 걸레받이와 몰딩을 깔끔하게 사선커팅하지 않아서 다 뜯고 싶었던 기억도 났다.


그러다 우리 집 걸레받이를 선택해야 했던 순간들과 지금의 불편함까지 떠오르면서...


다음에 집 지을 때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를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걸레받이가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고, 집을 지을 땐 그저 바닥과 벽의 마감을 쉽게 하기 위한 용도이거나 바닥과 벽이 만나는 부분의 디자인을 위한 용도라고 생각했다. 집을 짓고 5년 정도를 지내니 그 말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 같다.




걸레받이로 시작했으니 걸레받이부터 이야기하면,


시공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작업 공정이 한 단계 더 들어가지만 그 뒤에 바닥과 벽 마감재를 시공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편하다고 한다. 이 집은 걸레받이를 7cm 마이너스 몰딩을 선택했고, 숙소는 일부 무 몰딩을 했는데, 마이너스 몰딩을 한쪽은 그 걸레받이가 칼받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도배라면 칼받이를 해줄 거고, 페인트라면 퍼티를 끊어줄 거고, 타일은 시공 후 슥슥 닦으면 그만이었으니까. 무몰딩 쪽은 시공할 때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서 끊어내고 닦아주고 해야 해서 불편했다. 난 걸레받이가 있는 부분도 테이프를 붙여서 시공하고 닦아내고 하긴 했지만, 걸레받이가 없으면 확실히 끊어주는 느낌은 덜하다.

디자인면에서 걸레받이가 필요할까?

이건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요즘 잘 나오는 마이너스 몰딩을 하거나 일자로 내려오는 폭넓은 몰딩을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두꺼운 엠에프디 같은 재질을 툭 붙이거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할 거라면 없는 게 훨씬 깔끔하고 이쁘게 떨어지는 것 같다. 취향에 따라 색감이나 재질 활용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걸레받이가 디자인 요소로 쓰이는 건 찬성.


사용면에서는 걸레받이가 필요할까?

걸레받이 걸레받이해서 이게 이름이 왜 걸레받인가 했는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청소기를 돌리고 손걸레질을 하다 보니 벽 쪽 구석을 닦을 때 벽에 많이 닿인다. 청소기를 벽에 붙여 돌리니 벽이 시커메지고, 스팀청소기를 바짝 붙여 긁으니 물이 닿는다. 손걸레질도 물이 닿고. 그래서 걸레받이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무몰딩을 고집할 거라면 벽 마감재를 물이 닿아도 손상 없는 페인트를 하거나, 스크래치가 나도 잘 닦이는 재질로 할 수 있다면 무몰딩이 더 깔끔하고 편리할 수도 있겠다.


다음에 걸레받이 할 것인가?

다음에는 마이너스보다도 마감벽체와 일대일로 아래까지 쭉 떨어지는 10cm 이상의 스테인리스 몰딩을 선택하고 싶다. 마이너스는 보기에는 깔끔해 보이고 바닥이 조금 더 넓어 보이는 효과는 있으나 가구와 맞닿은 부분이나, 다른 재질의 벽이 만나는 쪽에 틈이 생겨서 안 좋다. 그리고 7cm 마이너스 몰딩을 선택했는데 바닥이 예상보다 높아져서 3-5cm 몰딩이 되어버렸다. 청소기 돌릴 때 청소기 헤드가 걸려서 불편히다. 이런 일대일몰딩을 선택할 수 없다면 무몰딩으로 하고 벽마감을 물에 닿거나 스크래치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마감재를 선택하겠다. 요즘은 비용이 더 들어가긴 하겠지만 이런 부분에 불편을 느낀 사람들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놓아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걸레받이 시공할 때 주의할 점

꽤 좋은 제품을 선택했는데, 시공자가 제품 시공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좋은 제품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집처럼... (이음매를 깔끔하게 하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다 끊어내서 시공해 뒀다. ) 비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할 때 시공자가 그 제품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그 외에 천장 몰딩, 화장실 루바나 천장 몰딩, 재료분리대.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제대로 된 명칭은 모르지만, )

시공자는 몰딩을 해야 깔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고,


확실한 취향과 감각이 있어서 선호하는 몰딩이나 재료분리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절대적으로 천장에는 무몰딩, 재료분리대 없는 마감으로 하고 싶다. 퍽퍽퍽 빨리 후다닥 시공하는 마감재 시공자는 몰딩 없는 게 불편하다고 하겠지만, 나 같은 꼬물꼬물 꼼꼼 셀프 시공자는 몰딩 없어도 불편인지 모르고, 하나하나 칼각으로 맞추는 게 굉장한 희열이다. 천장몰딩은 시공자의 꼼꼼함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그런 시공자라면 몰딩마저도 깔끔하게 나오지 않을 수도. 색깔 좋고 무늬 좋은 루바를 결대로 잘 대놓고 한 겹 나온 몰딩을 대놓은 걸 보면, 답답하고 뜯고 싶다. 나는 화장실은 상황상 마지막을 셀프로 시공하게 되어서 (집은 편백루바, 숙소는 방수석고에 페인트) 몰딩을 하지 않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물론 습기 관리가 잘 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리콘도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최소한으로 쓰고 싶고 덕지덕지 바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테리어를 하는 분들이 인테리어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던데, 공간을 만들어가는 입장으로써 나의 찰나의 손끝이 여러 사람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굉장한 바람을 남기면서...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남긴다.

'아마, 오늘 자꾸 걸레받이에 눈이 머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7화바다 옆에서 바다와 어울릴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