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옆에서 바다와 어울릴 수는 없을까

by iima

2025년 여름은 참 열심히 바다를 향했다.


아이를 자연과 가까이 두고 싶었고 바다와 친해지게 해주고 싶었고, 모래를 신나게 만질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모래를 아무리 만져도 바로 물티슈 꺼내서 아이의 손을 닦아 내는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의 만족을 느끼고 싶었다. 내 삶이 자유를 향하고 있는 듯한 우쭐함을 느끼고 싶었고, 텅 빈 노트에 무엇이든 끄적거리는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바다를 향하지만 카페가 있으면 그리로 들어가 남편과 교대로 아이와 놀아주기로... 계획을 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1.

먼 곳에서 식사를 하고 그냥 집으로 가는 게 아쉬워서 바다 근처에 갈만한 카페가 있나... 하고 찾아보다가 외부에서 보이는 느낌이 괜찮아서 "여보 여기다 여기. 멈춰봐." 하고 선택했던 곳.


유행하는 듯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 있는, '바다를 향한 스탠드식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가면 카페 입구가 나온다. 입구 유리문에 성의 없어 보이지만 성의를 담았을, 친절하게 썼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에이포용지 안내장이 붙어있었다.


"바다에 들어갔다 오신 분은 들어오지 마세요."

그리고 그 아래에 눈에 띄진 않았지만, "입구에서 직원을 불러주세요."

그리고 작은 웃음표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 손을 잡은 엄마는 끝까지 읽지 못했지...


(기억나는 대로 썼고, 이 문구를 기억하고 싶어서 촬영해놓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바다에 들어갔던 사람은 들어오지 마라고 했던가, 모래가 묻은 사람은 들어오지 마라고 했던가, 옷이 물에 젖은 사람은 들어오지 마라고 했던가... 어렴풋하지만, 내가 느낀 건 지금 너의 몰골을 훑어보고 모래사장이든 바닷물에서든 이 앞 도로를 건넜다 온 거라면 들어오지 말고 거기 멈춰서. 그리고 문을 빼꼼 열고 마치 욕실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엄마 수건~!' 하고 외치던 어린 날의 모습처럼. 직원을 불러달란 이야기지? 어떻게? '저기요, 저는 지금 바닷물에 젖고 모래가 묻은 생쥐꼴이라 들어갈 수 없어서 직원을 불러야 합니다' 이렇게?


그날은 다른 곳에 다녀오는 길이라, 우리 몰골이 꽤 말끔해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내가 지금 바다에서 놀다가 여기 입구까지 올라와서 이 안내장을 봤다면 꽤나 언짢았겠어.'라는 감정을 이입해버렸다.


그 안내장을 붙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매장은 깔끔한 편이었고, 음료는 달달하고 정성스럽게 맛있었고, 인테리어는 유행을 좇아 아주 특별하진 않았지만 무난했고, 바다를 향한 뷰는 언제나처럼 나무랄 일 없었다. 그러나... 바다에 놀면서 바다에 백사장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오갔던 신나고 설레고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있어서. 이 접근금지 같은 안내장을 없애고, 추구하는 깔끔함을 조금만 러프(?)하게 바꾸어 관대하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운영하는 건 어떨까 하는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려 초록창 지도에서 이 카페를 검색해 봤는데 리뷰가 아주 많고 괜찮다는 평이 많았다. 작업이든 작업이 아니든, 많이 만족하니 나도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다. 그래도 그 해변은 서핑하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고, 나같이 아이와 놀다가 잠시 잠깐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모래와 물에 젖은 생쥐들을 기쁘게 환대해 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기뿐만 아니라 바다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가게에서 "모래를 털고 들어오세요." 같은 메시지를 쓰는데... 그런 공간 또한 조금 더 괜찮은 운영 방법은 뭐가 있을까. 를 생각해 본다.


아. 만약 내가 운영자라면......

나도 바닷물과 모래에 뾰족 해졌겠지. 요즘처럼 러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으나 전혀 러프하지 못하고 깨알 같은 모래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었겠지.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으로 보니... 욕심을 부리고 있다.



2.

초 여름 어느 날 집 근처 호텔에서 조식뷔페를 먹고, 그런 아침이 괜히 즐거워서 '바다에 가서 모래 좀 만지고 놀다가 들어가자.' 했던 날이 있었다.


바다 모래사장에 자리 잡은 땡떙 비치 같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마치 추구하는 자유를 만난 듯이 만족스러워하며, 비 맞으면서 모래놀이를 즐기다가 빗물에 젖은 몸, 발에 양껏 묻은 모래 그대로 맨발로 들어가서 음료를 마시고 메모지 구석에 빼곡히 감정을 구겨 적다가 다시 나와서 아이와 놀다가 또 들어가 음료를 마시고 놀았다.


넓고 단단하고 진한 나무 바닥과 발리 스러운 인테리어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바다를 향해 열린 공간이 너무 좋아서 나 스스로가 너무 깐깐하게 굴지 말고 그냥 이 정도로 해놓고 바다 옆에 살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도 나도 남편도 비에 젖은 것조차 행복했던 날. 비에 젖은 채로 모래 묻은 채로 차에 실려와서 씻고 오늘이 정말 좋았다고 만족스러움을 여러 번 표현했었다.


우리가 일어나는 자리는 모래가 있었지만, 의자와 테이블은 소재 자체가 (요즘 너무 흔히 보여 식상한) 플라스틱 모형 라탄이라 털어내면 되었고, 다른 손님이 다녀간 모습을 봤을 때 바닥은 슥슥 쓸어 모래사장으로 떨구어 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 만족의 순간 덕분에 여름 내내 이곳을 네다섯 번 이상 갔다.


그럼에도 이곳 또한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바다를 끼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은 정말 최고의 장점이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은 나에게 아주 무례했다.


바다에 있으면서 바다를 누리고 있다면 바다를 아끼고 지키는 관점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곳은 너무 당연한 일회용품 사용과 폭죽판매, 모래사장에 심어 놓은 조화 조형물들의 포토부스, 비비큐 파티 등으로 낭만을 실현하고 있었고, 청결하지 않은 화장실과 성의 없는 음식들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음식들은 내 기준으로 아주 성의가 없어서... 차라리 오천 원짜리 탄산수가 그나마 제일 괜찮을 정도였다. 남편의 음료를 맛보려고 하니 남편은 이렇게 표현했다. "어, 이거 안 먹는 게 좋을 걸. 이거 여보 화나는 맛인데." 그래? 하고 한 모금 먹어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응. 나 화나네."





이 상반된 두 공간을 잘 버무린다면 어떨까?

그럼 엄청난 만족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올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맹탕이 될까... 를 상상을 하면서 내년 여름을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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