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사랑이 뭐길래

by 이영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만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바람, 시간 또는 사랑처럼. 이들은 형태가 없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 부재는 언제나 선명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우리는 그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 그 형태를 묘사하기가 힘들다. 사랑도 그렇다. 설명하려 하면 멀어지고, 정의하려 들면 자꾸 어긋난다. 아직도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의 형태는 분명 '가족'이었다. 묵묵히 믿고 지켜봐 주는 눈빛,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마음, 그리고 내가 마침내 손을 내밀었을 때 조건 없이 기꺼이 잡아주는 따스한 손길.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 이 모든 감정의 무늬가 가족이었다. 가족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사랑은 결국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가 아닐까.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는 믿음을 주는 것. 어쩌다 내가 무너지더라도, 언제든 서로가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영원한 품이 되어주는 것.


사랑은 어쩌면, 누군가의 곁을 조용히 지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말없이 바라보다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다가가 주는 마음. 기꺼이 기다릴 줄 알고, 기꺼이 품을 줄 아는 온도. 사랑은 손을 내밀지 않아도 이미 곁에 있는 존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주는 풍경 같다. 그건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떠나도 괜찮다는 믿음이려나. 결국 사랑은 믿음이고, 기다림이며, 안식처. 보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의심하지 않는 마음. 결국 가족이 나에게 처음 보여준 것처럼, 사랑은 서로를 향한 무한한 기다림 끝에서 완성되는 것인가?


여전히 사랑이 정확히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어떤 것이라도 사랑이 될 수 있을 것만 같고 형태가 없기에 그 깊이는 무한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정답을 알고 싶지는 않다. 정의와 형태를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니까. 아니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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