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친 몸으로 터벅터벅 샤워실로 향했다.
지현: "나무야!"
나무: "어.... 언니..."
지현: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나무: "어... 뭔데?....."
지현: "너만 모르고 있는 거 같아서.....
나무: "뭘.......?"
지현: "뒤에서 언니들이 너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는데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말하는 거야. 너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잖아.
내가 너를 위해서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아."
나무: "응.... 말해봐......."
지현: "지금 언니들이 선생님하고 너하고 무슨 관계냐고 나한테 자꾸 물어봐.
대체 무슨 관계인데 너 하나만 봐주냐고. 솔직히 다른 사람 잘 안 봐주잖아.
그리고 너 오면 왔냐고 인사하고. 나 수영장에 오잖아? 나한테 인사도 안 해!!"
나무: "아니.... 그건..... 내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깐 제대로 하라고 말하는 거지......
그리고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닌데...... 근데..... 어떤 언니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지현: "내가 그건 말해줄 수 없지! 우리 반 언니들 모두 뒤에서 다 그래.
언니들이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니라고 하긴 하는데 나도 스트레스받아.
너만 모르고 있어 지금!! 너도 알아야 하니깐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거야... "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샤워실 앞에서 나를 세워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나를 위한 거라고?.........
지현: "그리고 나 윗반으로 올라가는 거 선생님이 너한테 물어봤다며?.."
나무: "응.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셨어. 그 날 언니가 결석해서....."
지현: "내 일인데 왜 너한테 물어보냐고? 말이 안 되잖아!
내가 결석해서 없으면 내가 왔을 때 나한테 물어봐야지 왜 너한테 물어봐?
그리고 내가 너라면 그 상황에서는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어야지!
너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항상 사람들한테 상냥했던 지현이 었는데....
자신의 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씩씩거리며 화내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눈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칼날이 되어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지현: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수업 시간에 네 딸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래."
머릿속이 이미 하얗게 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나무: "그건...... 집에서 연습시키라고 한 것뿐인데....?"
지현: "너야 네 딸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남의 자식이지.
그걸 남의 수업 시간에 꼭 그렇게 이야기해야겠냐? 그건 좀 아니지"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상냥하게 대했을까?
그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진심이었을까?
순간 누군가가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이 숨통이 막혔고 정신은 혼미했으며
입술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현: "또 이거 하나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생님이 너한테 이런 말 저런 말 시키는데 기억해!!!
반 바뀌면 너 같은 애 또 찾아!! 너 같은 애 또 찾는다고!!"
여태까지 살면서 이런 모욕적인 말은 처음이다. 너 같은 애라니.....
대체 이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멍해있는 모습을 보고 지현의 목소리가 갑자기 걱정해주는 말투로 바뀌었다.
지현: "뒤에서 언니들이 선생님이랑 너랑 예전부터 아는 사이냐고 많이 그랬어.
나랑 은자 언니는 그런 거 아니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 나도 일일이 말하기 힘들더라고.
은자 언니는 우선 지켜보자고 그랬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머릿속이 복잡하고 복잡했다.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놀라고 충격이 커서 시야가 캄캄한 거 같았다.
지현: "에휴..... 사실 오늘 내 생일인데 아침부터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생일인데 집에 초대 안 하냐고 뭐라고 하잖아. 내 생일인데 내가 집에서 음식 다 해서 손님상 차려야겠냐? 아침에 울컥해서 괜히 너한테 이런 이야기 한 거 같다. 씻으러 가자"
사람을 그렇게 난도질해놓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난도질해놓은 상처에 피가 나는지도 몰랐다.
아픈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이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갑자기 그 소리가 모두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현기증이 났고 짓눌리는 압박감에 수영장을 도망치 듯 나와 집으로 향했다.
얼마 동안 뛰었을까 이마에는 송글 송글 땀이 맺혀있었고 숨을 고르기 위해 깊게 쉬기 시작했다,
강희: "언니!! 여기서 뭐해?"
나무: "집에 가는 길이었어...."
강희: "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어디 안 좋아?"
나무: "아니... 괜찮아...."
강희: "언니 지금 시간 괜찮아? 점심 안 먹었으면 나랑 같이 먹자"
나무: "어....... 점심?..."
강희: "밥 먹었어? 언니?"
나무: "아니...... 아직....."
강희: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여기 잘하는 주꾸미집 있어."
나무: "어..... 어.... 그래......"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북적거렸고 세팅이 이미 되어 있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강희: "언니 여기 주꾸미 볶음 맛있어! 그거 2인분 시킬까?"
나무: "그래.. 그래.... 그걸로 먹자..."
강희: "여기요? 주문할게요."
직원: "네. 뭘로 드릴까요?.."
강희: "저희 주꾸미 볶음으로 2인분 주세요."
직원: "네~주꾸미 2인분. 반찬 모자라시면 저기 셀프바 있어요."
강희: "네."
나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강희: "언니.... 무슨 일 있어?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나무: "그냥.... 수영 많이 돌려서 그런가? 힘드네..."
강희: "그런 거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일이야 언니?"
나무: "어.... 아니야..."
강희: "수영장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
나무: "아니...."
강희: "뭔데?... 이야기해봐!!"
나무: "그게.... 선생님이 몇 번 자세 지적해 준 적 있거든...
근데 그거 보고 선생님은 한 사람만 가르친다고 뭐라고 하더라고....
그 한 사람이 나래...."
강희: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바로 옆 레인에서 수영하는데 언니만 가르친다고?
나 그런 상황 목격한 적 없는데? 그리고 잘못된 자세 지적해 주는 건 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이야.
그들의 직업이라고."
나무: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대.
나만 모르고 있는 거 같아서 날 위해서 말해주는 거란다.."
강희: "뭐? 누굴 위해서 그런 말을 한다고? 듣는 내가 어이없네. 그리고 또 뭐래?"
나무: "휴....... 가은이 저번 달부터 수영 배우잖아. 근데 우리 반이랑 선생님이 같아.
가은이가 물속에 얼굴 넣는 걸 좀 무서워해서 집에서 욕조에 물 받아놓고 얼굴 넣는 연습 좀 시키라고 그러더라고. 근데 그거 보고 왜 수업 시간의 남의 자식 이야기를 하냐면서 뭐라 하더라.... 휴......"
강희: "그게 할 소리야?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했어?.."
나무: "아니.... 차례 올 때까지 한 줄로 기다리잖아... 그때 잠깐 이야기 한 건데....
그걸 보고 그렇게도 생각하더라고..... 사실 가은이 이야기까지 그렇게 하니깐 진짜....... 휴...."
강희: "누가 대체 그런 이야기를 언니한테 직접 대놓고 말해? 진짜 개념이 없다.
누군데?"
나무: "에효...... 휴......."
강희: "혹시 세경이 언니 아니야? 다음 달에 지현이 언니랑 우리 반에 올라온다고 둘이 되게 속닥속닥 하고 다니던데... 그 둘이 그랬어??....."
이수: "휴...... 세경이 언니는..... 우리 반 선생님 바뀔 때마다 나한테 선생님이 왜 너한테만 말을 하는 거야, 사적인 이야기를 너한테 하는 이유가 뭐냐, 수영장에 남편이 한, 둘이 아니라서 좋겠다는 등 따라다니면서 이야기했었고... 오늘은 수영 끝나고 사람들 지나다니는 샤워실 앞에 세워 놓고 말하더라고... 지현언니가....."
강희: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말을 진짜 심하게 한다. 한 반에 사람이 몇 명인데 한 사람씩 이러쿵저러쿵 다 신경 쓰고 말 걸어주고 그래야 하는 거야? 뭐 애들이야? 심지어 애들도 그러지 않아! 또 뭐래?"
나무: "반 바뀌면 나 같은 애 또 구한대..."
강희: "뭐???? 뭐라고????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나무 "지금 반에서는 나한테 말 걸어주듯 다른 반으로 되면 또 그 반에 나 같은 애를 또 구한다면서....
다시 생각해봐도..... 되게.... 모멸적인 말이다......"
강희: "언니 그 말 듣고 가만히 있었어??"
나무: "그런 말을 처음 들어서 머리가 너무 띵한 거야....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도 어지럽고...... 바보같이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눈물 나오려는 거 참았어....."
강희: "언니 성격에 남한테 뭐라고 못하는 거 잘 알아... 근데 이건 좀 심한 거 같아...
사실 언니...... 내가 언니한테 말 안 한 게 있는데........"
나무: "뭐?........ 나 아직 진정이 안됐는데.....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이야기야?.... 들을 준비가 안됐는데......."
강희: "그럴.... 거 같기도 한데...... 내가 이 이야기를 안 했던 이유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내가 꼭 언니한테 전해서 언니를 기분 나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또 내가 그 이야기를 말하고 안 하고는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내 선택인 거잖아. 근데 언니 이야기 듣고 나니깐 상황이 좀..............."
나무: "무슨 이야기인데?......"
강희: "사실 얼마 전에 세경이 언니가 나한테 전화한 거야. 그것도 밤에.....
강희에게서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뭔가 불길하다 못해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이 이야기도 감당이 안되는데....
이렇게 가슴 떨리고 진정이 안되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