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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단 Jul 01. 2024

금강유역환경청의 물은 거꾸로 흐른다.

#1.금강유역환경청이 옥천 곳곳에 펼침막을 걸었다. '건강한 금강만들기는 토지매수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문장이 담겼다. 가뜩이나 댐 건설로 인한 수몰과 자연환경의 변화, 농사의 악영향, 개발제한구역의 확대 등으로 아직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류지역에 겁없이 이런 펼침막을 아무렇지 않게 걸었던 것이다. 이 말인 즉슨 거칠게 말하면 '너네 땅 우리가 살테니까 내놔. 대청호 인근에 땅을 팔아야 금강이 깨끗해지니까 얼른 팔아'란 이야기와 진배 없다. 대청댐으로 인해, 망가진 농업 농촌 정책으로 인해 겉잡을 수 없이 인구가 줄어드는 이 마당에 땅을 팔고 떠나라는 이야기에 부아가 안 치밀수가 없다. 옥천읍 시내까지 성큼 들어온 토지매수구역은 유역청이 '수변생태벨트'란 푯말을 꽂은 순간부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이 된다. 지역 공동화가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쥐 파먹듯이 듬성듬성 사막화가 된 농촌지역이 급속도로 쇠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런데 옥천신문에 기사 관련 코멘트를 남긴 금강유역환경청 청장의 말은 차라리 순진무구에 가깝다. '토지매수가 마을 공동화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니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속내를 그대로 내보였으니 솔직하기는 하다만 탁상 행정이란 말은 딱 여기에 적용될 것이다. 현장을 모르고서 네모난 책상 안에서 펜대를 굴려가며 정책이랍시고 만드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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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보다 더 기함을 할 일이 최근에 벌어졌는데 이번엔 수자원공사 이야기다. 수변생태벨트 조성을 위한 기공식을 한다면서 유휴지에 심은 수확을 앞둔 밀밭 천평을 싹 밀어버렸다. 보름만 기일을 달라고 애걸했지만, 이런 바람은 싹 무시했다. '열흘 뒤에 행사 열리니 일주일 내 수확을 끝내라'고 단호하게 일갈한 후 실제로 2020년 5월28일 밀밭 천여평을 싹 밀었다. 해당 주민은 계속 허가를 내며 농사를 지었던 것이었지만, 홍수가 난 이후 수자원 공사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이 때문에 무허가 경작을 계속 해왔던 것. 수 개월 동안 공들였던 밀밭이 베어지는 그 순간을 목도해야 했다. 수변생태벨트 기공식이 뭐라고. 주민의 이런 아픔과 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6월5일 김재종 군수와 박하준 금강유역환경청장, 민경진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장이 참여한 가운데 수변생태벨트 기공식이 열렸다. 어렵게 농사지은 밀을 베어내고 인근에 공사비 6억원이 투입돼 꽃창포, 수련, 애기부들과 포퓰러나무 330주와 주민소득작물 헛개 고로쇠 등 약용나무 198주를 심는단다. 밀밭을 지키는 이는 없었고, 밀밭을 짓밟는 이는 있었다. 기공식을 연다고 보름을 못 참고 거의 다 익은 밑밭은 베는 자들의 심성에 남아있는 생태란 도대체 어떤 걸까?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눈앞에 이런 괴상망측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군수를 비롯한 각 기관장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 기공식에서 테이프를 끊었다. 마치 점령군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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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들은 여전히 '물'만 보고 있다. 삶은 보이지 않는다.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먹는 물 인근에 사는 사람들을 오염원 취급하며 빨리 소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토지매수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밀밭을 그렇게 밀어버릴 수가 있을까? 그들에게 깨끗한 물이란, 그들이 원하는 수변생태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합법적인' 소개령을 내리는 것이다. '땅 좋은 가격에 쳐 줄테니 다 이사가시오. 여기는 우리가 먹는 물과 가까운 곳이니 땅 내놓고 이사가시오' 숨겨진 말들은 본질을 드러내고 이야기한다. 하류지역의 도시는 상류지역의 농촌을 이런 방식으로 착취한다. 이제 내가 먹는 물이 어떤 모습을 하고 흘러내려 오는지 사유하고 성찰해야 할 때이다. 물이용부담금을 따박따박 내고 있지만, 하천민주주의는 개뿔! 제멋대로 정책이랍시고 수립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을 갈아엎을 때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의 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들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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