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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May 13. 2022

자기만의 책상

매일 발행 40일차

나에게 책상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의 광장이다. 책상 앞에 앉아 글도 쓰고, 낙서도 하고, 공상도 하고, 책도 읽고, 계획표도 만들고,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무알콜 맥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약도 먹고, 화분에 물도 주고, 창밖도 보고, 멍도 때리고, 손톱도 깎고, 양말도 꿰맨다.


책상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고, 책상 없이 살아본 적도 없다. 폭 120센티미터짜리 고시원에 살 때도 책상은 있었으니까.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에서 벽과 천장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자기만의 책상' 아닐까?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책상 위에는 잡동사니가 많다. 필기도구부터 독서대, 낙서용 8절스케치북, 전기포트, 약상자, 프린터, 화분, 그밖에도 벼라별 것들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 주위에 반원형으로 펼쳐져 있다. 그 와중에도 키보드가 있는 가운데 공간만은 남겨져 있으니 용하다. 하긴 아무리 난장판인 집도 누워 잘 공간은 만들어 놓게 마련이니까.


언젠가 성공해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폭이 4미터쯤 되는 커다란 책상을 가지고 싶다. 그런 책상 앞에 앉으면 마치 탁 트인 해변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것처럼 신날 것 같다. 바퀴 달린 의자를 내키는 대로 끌고 다니며 한쪽에서는 글을 쓰고, 한쪽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한쪽에서는 드라마를 봐야지. 맨 가장자리에는 복합기와 스프링제본기, 파쇄기, 재단기, 중철스테이플러 등등을 쓰기 좋게 펼쳐놓아야지.


오래전, 책상 위를 뛰어다니는 잔소리쟁이 종이인형 뮤즈를 상상한 적이 있다. 그 녀석을 다시 한번 불러와 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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