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46일차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날을 그냥 넘겨도 될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 있었다. 4월 16일이 그랬고, 5월 18일 오늘이 또 그랬다.
내가 상상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는 고통에 대해, 무거운 역사적 사건에 대해 말할 용기도 없고 감히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오월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내가 딱히 한 일도 없는데, 말뿐인 소리를 하는 게 부끄러워서. 하지만 아무리 말뿐이라도, 기억하고 있다고 손이라도 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 짧게 남겨본다.
올해 초,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보고 슬픔에 빠졌었다. 명희가 숲속에서 홀로 죽어가며 풀벌레 소리를 듣던 장면, 자신만만하고 장난기 많던 희태가 명희를 잃은 뒤 혼자 남아 바다로 걸어들어가던 장면, 41년 후 명희의 유골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울던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해진다.
이런 이별이 얼마나 많았을지, 얼마나 더 참담한 사연이 많을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지금도 그 흉터를 가지고 살고 있을지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몇몇 권력자의 힘으로 이렇게까지 큰 비극을 만들 수가 있지? 어떻게 전두환이 끝까지 잘먹고 잘살다 죽을 수 있지?
나라면 그런 잔인한 학살에 맞서서 싸울 수 있었을까. 나는 지금 그 무엇과도 싸우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누가 밟으면 '빨리 밟고 지나가라' 생각하며 그냥 엎드려 있을 태세다. 그런 겁쟁이로서, 목숨바쳐 싸운 광주 시민의 저항정신이 더 존경스럽다. 앞으로 내가 이 땅의 민주주의에 기여할 자신까지는 없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주제를 마냥 피하지만은 말자는 정도의 작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