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발행 52일차
어릴 적에 운동장가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구에는 나뭇잎이 몇 개나 있을까? 셀 수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많겠지. 그중에 두 나뭇잎이 완벽하게 똑같이 생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저렇게까지 나뭇잎 수가 많다면 완전히 똑같은 나뭇잎 도플갱어가 존재할 법도 하지 않은가?
엄청나게 촘촘한 모눈종이에 0을 공백, 1을 나뭇잎 면적으로 표현한다 치자. 그리고 모든 칸의 0과 1이 일치할 확률을 구하면 나뭇잎이 똑같이 생길 확률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에 두께와 색깔, 잎맥의 모양 등등의 요소까지 추가한다면? 그렇게 해서 구한 확률과 지구상의 모든 나뭇잎 수를 비교해본다면?
좀 더 학구적인 아이였다면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 수식을 만들고 QR코드의 원리를 발견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쯤에서 멈추고 ‘저 많은 나뭇잎 하나하나가 (거의) 다 다르게 생겼다는 건 정말 신기하다’ 정도의 감상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신비는 신비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합리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