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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l 08. 2022

자신감이라는 건 어떻게 해야 생길까

매일 발행 96일차

매일 발행 석 달이 넘어가면서 약간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고 있다.


내 능력에 비해 어려운 일을 해냈다면 '와,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었구나! 잘했어! 대단해! 못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할 수 있었어! 내 힘으로 한계를 넘어봤으니 앞으로도 뭐든 마음먹은 대로 도전해보자!'라며 자신감을 충전할 법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마치 이 일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기라도 한 것처럼, '내가 이런 일을 어떻게 했지? 내가 이렇게까지 결심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기적은 아닐까? 100일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나로 되돌아가는 거 아닐까? 만들려던 책도 못 만들고, 한때의 기억으로 흐지부지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젠가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듯이, 금주에 도전하던 알콜중독자가 술 한잔에 원점으로 돌아가듯이.' 등등의 오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그 많은 고비들을 넘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기억은 나는데 실감이 안 난다.


그러고 보면 '성취'가 자신감을 만드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성취하든,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든, 내 머릿속의 가스라이터는 귀신같이 내 약점을 찾아내 속삭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목소리를 물리칠 만한 자신감을 갖게 될까? 어떻게 해야 내가 한 일을 내가 한 일로 인정하고 실감할 수 있게 될까?


검열관은 교활한 적이다. 당신이 영리해질수록 검열관도 영리해진다. 당신의 창조성이 살고 있는 에덴동산을 기어다니면서, 당신을 그 창조성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끔찍하게 쉿쉿 소리를 내고 있는 뱀, 그것이 검열관이라고 생각하라. 검열관은 결코 이성적인 목소리가 아니며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열관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라.(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48~49쪽 발췌)


상관하지 말자. 불안하더라도, 의심스럽더라도, 자신감이 없더라도, 일단은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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