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 Jul 07. 2022

뜻밖의 단어를 만나는 여행

매일 발행 95일차

가끔 '세 단어로 글쓰기'를 한다. 특정 단어 세 개를 포함하도록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방법이다. 3일차에 '해수욕, 장화, 지도', 36일차에 '주머니, 할머니, 슬그머니', 65일차에 '밤, 불, 비'로 짧은 이야기를 썼다.


단어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고른다. 36일차처럼 라임을 맞춰보기도 하고, 65일차처럼 'ㅂ'으로 시작하는 한 글자 단어들을 골라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보면, 백지에 색깔 있는 점 세 개를 찍고 그 점들이 포함된 그림을 그리는 듯해 재미있다. 치마에 튄 얼룩을 포도송이 그림으로 바꾸어 그린 신사임당처럼.


얼마 전 '세 단어'를 고르는 흥미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what3words, 줄여서 W3W라고도 하는 주소 체계다. 전 세계를 3m*3m 넓이의 모눈으로 나누고, 각 모눈에 랜덤한 세 개의 단어를 부여한다. 주소가 없는 바다 위나 산속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카카오맵에서 한글 버전 W3W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카카오


내가 (아무도 안 온) 공원 백일장을 열었던 벤치는 '문제.시침.오늘'에 있었다. 오래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야외 콘서트를 본 해운대 해수욕장은 '위대한.특징.똑같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가본 한라산 산굼부리는 '하나씩.숨겨진.뛰어나다'였다. 아무데나 무작위로 눌러보니 '산속.오토바이.밀다', '사실상.감독.데이트' 같은 조합들도 튀어나온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뜻밖의 무언가를 마주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지도 위에서 뜻밖의 단어들을 만나는 것도 작은 여행이 아닐까? 그 단어들로 이야기까지 써본다면 더 새로운 상상 속의 여행도 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 초보지만 베토벤 소나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