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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Nov 22. 2020

알 바야? 알바야! : 단기알바 - 어린이날 행사

CHAPTER 1. 단기 알바 - 어린이날 행사

CHAPTER 1. 단기 알바


많은 사람들이 단기 알바를 찾는다. 그 이유는 뭘까? 우선 내가 단기 알바를 하게 된 이유는 그랬다.


- 정기적으로 시간적으로 제한받고 싶지 않아서 : 과제, 팀플 모임 등 내가 생각했을 때 우선시해야 일들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뺀다는 게 어려웠다

- 더 이상 관계를 늘리고 싶지 않아서 : 생각보다 사장님과 아르바이트 사이의 관계, 아르바이트와 아르바이트 사이의 관계 등.. 은 복잡 미묘했다...

-  지급이 빨라서 :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는 한 달 일을 해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단기 아르바이트는 하고 최소 1일에서 최대 2주 안에 내가 일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가끔 더 느린 곳도 존재한다...


내가 한 단기 아르바이트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행사 아르바이트다. 행사 아르바이트도 다양하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언가 기념하는 날에 하는 행사, 혹은 무언가를 집중적으로 팔 기 위한 기간에 하는 행사에 내가 가서 보조하는 것이다. 내가 한 아르바이트는 어린이날 행사 아르바이트였다.


<어린이날 행사 아르바이트>


00 기업의 임직원들 자녀를 위해 어린이날에 큰 축제를 기획했는데 축제 안에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에어 미끄럼틀, 워터 슬라이드, 범퍼카 등 다양한 놀이기구도 있고,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페이스 페인팅해주기, 인형 탈 쓰고 사진 찍고 놀아주기, 풍선 불어주기...


준비물은 흰 티와 청바지뿐이었다.


정말 큰 행사였기에 수백 명의 아르바이트가 있었던 걸로 추정된다. 그 많은 인원이 다양한 일을 하게 되는데 모두 당일에 한 곳에 모여있으면 담당자들이 하나둘씩 뽑혀나가듯이 데리고 간 뒤에 업무에 배정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고로, 내가 무엇을 할지 당일 오픈되기 30분 전에 알 수 있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친구들은 5월 5일 따뜻한 날에 인형탈을 써야 하는 업무와 갑작스럽게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 업무에 배정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는 피에로 분장을 얼굴에 받아야 했을뿐더러, 2m 50cm는 넘어 보이도록 긴 나무 막대기에 올라가서 걸어 다녀야 했다... (그걸 당일에 배워서 할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누군가는 해냈기에 행사장에 있었겠지...?) 아무튼 그런 뽑기식 업무 배정에서 나는 그나마 쉬운 업무에 배정되었는데...


에어 미끄럼틀 보조였다.


일은 간단했다. 바람으로 부풀려놓은 에어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서 어린이 친구들이 다치지 않게 순서대로 미끄럼을 타게 도와주는 것, 또 혹시나 어린이가 다치면 밖에 있는 담당자분께 데리고 가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10시 오픈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에어 미끄럼틀을 타러 들어왔다. 어색하지만 인사를 짧게 나누고, 순서대로 한 명씩 미끄럼틀에 내려보냈다. 미끄럼틀을 내려간 친구가 확실히 부딪히지 않을 만큼 거리가 있을 때, 다음 친구를 내려보내면 된다. 나는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미끄럼틀을 좋아하는지 그날 처음 알 수 있었다. 미끄럼틀 무한궤도랄까? 10번을 타도 만족하지 않은 K-어린이들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나의 바닥난 체력보다도 이 일의 힘든 점은 말을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던 어린이들이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곤 했는데... 곤란한 질문들도 꽤 했다. 파워 내향성인 사람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선생님!"

"나...? 저요...?"


우선 그 당시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관계를 처음 가져봤다.


"이거 왜 하세요?"

"선생님은 원래 선생님이에요?"  (아니요... 저는 그냥 아르바이트입니다) "아르바이트가 뭐예요?"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몇 살이라고 대답하고 나면) "할머니다! 할머니" (악의가 없다는 걸 나도 안다...)

"선생님 얘 가요, 선생님 못생겼대요." (그래요? 상처 안 받은 척 쿨하게 넘기기)

"선생님은 여기 밖은 못 나가요?"

"선생님은 왜 존댓말 해요? 어른이잖아요!"


그다음 힘든 점은 다투는 어린이들 사이를 중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끄럼틀을 먼저 타기 위해 싸우는 친구들도 있었고...


"너 아까 나보다 늦게 들어왔잖아."

"아닌데? 내가 먼저 들어왔어."

"너 언제 들어왔는데."

"너 몇 살인데 나한테 반말하냐?"


"네가 밀어서 나 다쳤잖아."

"내가 언제?"

"아까 올라오는데 네가 나 밀었잖아!"



"자! 뒤에 친구들 기다리는데 누가 먼저 탈까요?" 여기서 포인트는 누군가의 편을 들면 안 된다. 왜냐면 앞뒤 사정을 잘 알지 못한 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누군가의 편을 들게 된다면 나처럼... 누군가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음으로 힘든 점이다. 학부모님의 눈치가 보인다.


학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른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에어 미끄럼틀에 다녀온 아이가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다쳐서 온다면 놀란 마음으로 자초지종을 알고자 하시는 게 인지상정이다. 당연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이니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맞지만 혹여나 학부모님이 기분이 많이 상하신 것 같다면, 담당자를 부르면 된다. 다행히도 이때 행사를 준비하신 직원 분이 '어떤 콤플 레인이 들어와도 자신에게 넘겨달라'라고 말을 해주셨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담당하신 직원 분께 말씀드릴 수 있었다. 일하는 담당자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더라도 콤플 레인이 생긴다면 직원 분께 무조건 넘기는 게 맞다. 우리는 행사의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행사를 전반적으로 잘 아시는 담당자분이 이야기를 하시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도 꽤 있다. 이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꿈꾸나? 싶을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몽글몽글한 감정을 주는 말들도 있다.


"선생님, 힘들어요?"

"선생님 땀나요."

"선생님, 저 또 왔어요!"


이렇게 인사해주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특성상 비슷한 또래의 아르바이트생과 2~3명씩 조를 지어 하기 때문에 친해질 수도 있다. 법정 휴게시간에 같이 쉬면서 업무의 힘든 점이나 특이했던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어 금방 내적 친밀도가 상승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미끄럼틀을 태워주다 보면 금방 18:00 종료시간이 된다. 하나 둘 아까 모였던 자리로 각자 배정된 업무 자리에서 복귀하게 되고, 다 같이 행사장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치우면 이 아르바이트가 마무리된다.  돈은 1주일 뒤에 바로 지급됐다. 당시 최저시급에서 십의 자리에서 반올림한 금액이었다. (기억이 희미해 정확하진 않음)



+TMI

1.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내가 잘못한 일이 없더라도, 죄송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나면 상황이 항상 나아지긴 한다. 하지만 이건 생략해도 괜찮음.

2. 아르바이트 복장 규정 상 긴 청바지를 입겠지만, 에어 미끄럼틀이 햇빛을 받다 보면 뜨거워져 오후에는 미끄럼틀 표면에 빠르게 내려가다 보면 찰과상을 입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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