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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Dec 14. 2020

알 바야? 알바야!

CHAPTER 1. 단기 알바 - 대형 의류 매장

<대형 의류 매장 단기 아르바이트>


단기 아르바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행사 아르바이트를 빼고, 자주 볼 수 있는 게 대형 의류 매장 아르바이트이다. ZARA, H&M, 탑텐 ... 등 우리가 흔히 SPA 브랜드라고 부르는 매장에서 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보통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검은색 상의, 하의, 신발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구한 건 아르바이트 구인 홈페이지에서였지만, 내가 나간 업체에서는 적혀있는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고 나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달라고 이야기했다. 핸드폰에 깔려있는 애플리케이션에서 계약서에 바로 서명을 할 수도 있었고 매장 내에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QR코드를 통해 출근, 퇴근, 쉬는 시간 시작과 종료를 모두 전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나는 다음 주에 있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인 홈페이지에서 집 근처 기차역과 붙어있는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한 의류 매장에 지원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출근 시간이 2가지로 나뉘는데, 아침 7시에 나와서 오후 3시에 마무리되는 타임, 오전 10시에 나와서 오후 6시에 마무리되는 타임으로 나뉘었다. 나는 아침 7시를 지원했고 연락처에 이름, 나이, 지원하는 매장, 출근 시간을 적어서 보내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안내해준다. 앞서 말한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이용하고 다음날 아침에 매장으로 출근하면 된다.


첫 번째 당황스러웠던 점은 역과 붙어있는 대형 쇼핑몰의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아침에 시작하는 아르바이트지만 그 의류 매장이 입점해 있는 대형 쇼핑몰의 오픈 시간은 10시였기 때문에 내가 기존에 알던 쇼핑몰 입구를 찾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아침에 10분을 일찍 도착하고도 지각하고 말았다) 대형 쇼핑몰의 근처를 눈치로 살피면 나와 비슷한 복장을 한, 누가 봐도 나와 같은 곳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분들을 따라가거나 모르면 무조건 전화해서 여쭤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매장으로 들어갔을 때 아무도 나의 존재를 모른다는 점이었다. 아직 자세히 시스템을 알 수는 없으나, SPA 브랜드 본사에서 업체를 연결해서 매장에 보내주는 시스템 같았다. 내가 연락한 회사는 SPA 브랜드와 관련 없는, 일종의 인력사무소 같은 개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매장으로 갔을 때 매장에 근무하는 담당자들은 오늘 '나'라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오면 오는 거고, 안 오면 안 오는 거고 느낌의 태도) 나는 과한 관심보다는 무관심이 편했기 때문에 이 점은 당황스러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래도 들어갔을 때 "누구세요?"라는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하게 된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매장의 특성에 따라서 다른데, 아직 정식으로 오픈한 적 없는 매장과 운영을 하고 있는 매장으로 나뉜다. 아직 정식으로 오픈한 적 없는 매장은 내가 가서 오픈 준비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매장에 하루 단기 아르바이트로 채용되는 인원이 많았다. (아르바이트 담당자가 아니라서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30명은 넘어 보였다. 그렇다면 지원할 때 오픈 준비를 하는 매장의 단기 아르바이트는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30명이 모이게 되면 출석체크를 하고 인원을 나눠서 각자 일을 시키게 된다.


첫 번째 업무, 옷이 담아서 오게 되는 폴딩 바스켓 정리였다. 폴딩 바스켓이란 접었다가 펼 수 있는 접이식으로 된 바스켓을 말한다. 본사에서 옷이 담겨 왔던 바스켓을 접거나, 창고에 정리해두기 위해 바스켓을 펼치는 일이다. 바스켓을 펼쳐서 6개~7개씩 조립을 해서 줄 세우는 일을 했었다. 그 일은 매장 내에서 하기보다 매장 지하에 물류창고가 있는 층에서 주로 하게 된다. 일정 개수의 바스켓이 조립되면 카트에 실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으로 가지고 올라가기도 한다. 물류창고에서 조립하다가 추울 때쯤에 카트에 실어 매장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엄청 춥진 않았다. 대신 매장과 물류창고를 왔다 갔다 하는 길이 길기 때문에 나중에는 발과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었다. 또,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조립하려고 바닥에 놓인 폴딩 바스켓을 집어 올리거나 카트의 바닥 부분부터 쌓아 올리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가지고 와서 펼치고 접는 일이기 때문에 잡생각이 많은 나에게 딱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을 한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불려 가게 된다. (내가 불려 가게 된 이유는 마침 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신 분의 가까운 곳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딱히 업무를 배분하는데 기준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두 번째 업무를 맡게 됐다. 두 번째 업무는 옷걸이 교체 업무였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옷걸이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한 종류의 옷걸이로 걸린 옷들을 다른 종류의 옷걸이로 모두 교체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일도 앞서 한 폴딩 바스켓 일과 마찬가지로 단순했다. 따뜻하고 밝은 매장 내에서 한다는 점이 좋았지만 또 매니저 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장소에서 옷걸이를 교체해야 했기 때문에 눈치가 조금 보였다. 빠르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폴딩 바스켓 정리는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끼리 모여서 이야기도 하면서 할 수 있고, 매장과 떨어져 있어 약간의 자유가 느껴졌던 거에 비하면 말이다. 이 일도 한지 한 시간이 되지 않아 또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됐다. (여기서도 나의 역마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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