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오케스트라 속 화음의 여정

by 시에스타

주일 아침, 예배의 경건함만큼이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가방 속에서 잠자고 있는 색소폰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매번 가방 지퍼를 열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떤 소리가 나를 반겨줄까' 하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합니다. 처음보다는 소리가 제법 단단해졌지만, 가끔씩 불쑥 튀어나오는 예기치 못한 음색에 여전히 겸손해지곤 합니다.



최근 저의 일상에는 새로운 '수학 문제'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오케스트라 활동입니다. 매년 음악회를 준비하는 우리 교회에서 교인들로만 구성된 악단이 마지막을 멋진 협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그 무대에서 귀한 악기인 호른(Horn)의 빈자리를 제가 가진 알토 색소폰으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는 건 사실 큰 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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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룻 파트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아내를 보며 용기를 냈지만, 막상 악보 앞에 서면 마치 풀리지 않는 복잡한 공식 앞에 선 아이처럼 막막했습니다. 독주를 할 때는 내 소리만 책임지면 되었지만, 합주는 달랐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유독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길 찾기'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악기가 치고 빠지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 자리를 한 번 놓치면, 다시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한 채 곡의 끝자락까지 멍하니 악보만 바라보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일, 저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들어갈 자리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마디까지 완주했습니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휘자의 손끝을 따르며, 마침내 내 소리가 다른 악기들 사이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소리를 내는 '객체'가 아니라 화음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었다는 뿌듯함. 나만의 소리에 집중할 때보다, 다양한 악기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며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책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그 흐름에 적응해가는 제 모습을 보며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서툴면 서툰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내는 소리가 모여 결국 하나의 음악이 됩니다.



우리 삶도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아닐까요?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독주를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호른 파트의 색소폰'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킬 때 더 깊은 화음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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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는 소리가 전체를 망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악보를 따라가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옆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유.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떤 악기들과 화음을 이루고 계시나요? 혹시 길을 잃으셨다면, 잠시 멈춰 지휘자의 손짓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결국 우리는 마지막 마디에서 함께 웃으며 곡을 마칠 테니까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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