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제 막 만개하기 시작한 벚꽃이 떠올랐다. 약국 유리문 밖으로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했다.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었을 나무들이 이 비를 견디고 있을지 문득 걱정이 들었다.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꽃잎이 떨어져 버리는 건 아닐까.
지난 주일, 잠시 걸었던 벚꽃길이 떠올랐다. 햇살이 유난히 강했던 날이었다. 아내는 얼굴이 탈까 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나왔고, 나는 자외선이 신경 쓰여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따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스킨과 로션만 바른 얼굴 위로 햇살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햇살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피부에게 햇빛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봄을 느끼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월요일은 정신없이 시작됐다. 아침부터 바빴다. 접수 자리를 지켜야 할 민서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늦는가 보다 했다.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무심코 고개가 돌아갔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마음이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락도 되지 않았다. 단순히 늦잠을 잤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지난번처럼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힘든 건 아닐까.
걱정은 늘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커진다. 확인되지 않은 상상은 점점 더 구체적인 형태를 띤다. 업주로서의 부담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딸 같은 직원이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 사이에서 하루의 에너지는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결국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서야 카톡이 왔다. 감기 몸살 기운에 약을 먹고 잤는데, 알람을 듣지 못했다고 하며 빨리 준비해서 출근하겠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그 글을 읽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힘이 풀렸다. 괜찮다는 사실 하나로,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한 번에 내려앉았다.
그제야 알았다. 일은 그대로였는데,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던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끌어다 걱정하며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벚꽃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던 아침이 떠올랐다. 아직 떨어졌는지, 그대로 있는지는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을 먼저 쓰고 있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비는 늘 내리고, 꽃은 늘 진다. 그 과정을 막을 수는 없다. 사람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먼저 마음을 쓴다. 아직 오지 않은 일에까지.
그날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비와 함께, 걱정과 함께. 아마도 우리가 조금 덜 힘들어지는 방법은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만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