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다

ㅡ스며들거나 넘치는 감정

by 최희정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묻는 영화, 헤어질 결심


사랑이란 상식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거라서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은 일도 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피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질펀한 피비린내를 없애려고 보는 사람 입이 떡 벌어지도록 무섭게 애를 쓰기도 하고, 스스로 쌓은 모래 언덕을 '붕괴'시켜 자멸하기도 한다.


사랑이란 정답이 없는 거라서 어떤 사랑은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다른 사랑은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거스르는 일은 부딪히는 일이다. 부딪히면 아프다. 정답을 놓친 사랑은 아픈 상처를 핥으면서 계속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부딪히고 또 아프다.


이틀 전 내린 폭우로 양화대교 아래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이 엉켜있다. 한때 고유한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이, 유효한 시간이 지나 쓰레기라는 대명사 덩어리가 되어 가라앉지도 흘러가지도 못하고 교각에 목을 매고 있다.


거기에 한때 사랑이라 불렸던 것들도 보인다. 풍속에 역류하던 사랑들이 부서지고 버려져 범람하는 강물에 떠밀리다가 양화대교 교각 언저리에 걸려 가라앉고 싶어도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흘러가고 싶어도 흐르지 못하고 있다. 강물을 흉내 내며 울고 있다.


저녁 강이 붉어지다가 검게 변했다. 쓰레기도 버려진 사랑도 검게 물들면서 밤으로 스며들었다. 이 광경을 초사흘 달이 실눈을 뜨고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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