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사랑에 집착하지 않을
ㅡ사랑이라는 감정
만약 사랑이 시작된다면,
사랑의 끝을 먼저 생각해볼 것이다.
사랑의 끝에서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사랑한 사람이 부서지지 않도록.
만약 사랑을 갖게 된다면,
사랑의 무게를 가늠해볼 것이다.
사랑의 무게로 내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사랑의 무게로 내가 사랑한 사람이 주저앉지 않도록.
만약 사랑이 온다면,
오게 할 것이다. 간다면 가게 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사랑도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흐르니까.
사랑은 흘러가는 것,
사랑을 잡으려 애쓰는 것은 마른 모래처럼 부서진 사랑의 흔적을 움켜쥐었던 손으로
눈물 젖은 눈을 비벼 제 눈에 상처를 내는 것.
감정에 취해 비틀거릴 나이는 지났다.
지난 시간을 게워 사랑인지 아닌지 확인할 나이도 아니다. 내 감정이 사랑이었다면, 내 사랑은 내가 거둘 것이라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한 나이다.
사랑의 끝이 행복이든 실망이든 절망이든,
그 끝을 붙잡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므로 짝사랑이건 외사랑이건 합사랑이건 내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은 내가 지켜주어야 한다. 끝까지 꼿꼿하게.
결심은 마음을 묶는 것.
차가운 마음은 고체처럼 단단하여 묶을 필요가 없지만 사랑이란 것의 속성은 액체 혹은 기체다. 흔들리고 일렁이고 출렁이고 흐른다.
사랑은 묶을 수 없다.
그러니 어찌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결심할 수 있는가. 사랑에 대한 결심은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