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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Sep 09. 2022

세 여자의 가을 한담

세 여자

세 여자가 있다. 나이가 다른 세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마흔아홉이란다. 그렇게 말할 때 그 여자의 목이 빳빳해졌다. 흥, 그래 봤자다. 쉰 넘은 우리들이랑 놀잖아. 듣는 여자들이 표정으로 그랬다.


세 여자가 만났다.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한 여자는  커피가게를 한다. 종일 가게에 잡혀있다. 또 한 여자는 야근이 많다. 병든 닭처럼 비칠 비칠 다닌다. 나머지 한 여자는 요즘 여기저기 아프다. 괜히 발목을 접질리고 발가락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곤해 보인다.


세 여자가 만나 밥을 먹었다. 집에서 멀리  가서 먹었다. 수제비를 먹었다. 코다리구이도 먹었다. 다 먹고 한 여자가 비칠거리면서 그랬다.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부르네. 두 여자 중 한 여자가 받아친다. 그려, 올 때랑 똑같구먼. 셋이 웃는다. 까르르르.


밥 먹었으니 커피 마시러 갔다. 커피집에  중년 남녀가 있다. 나란히 앉아있다. 자주 어깨가 붙는다. 가끔 여자가 남자의 귀를 만진다. 경락마사지해주나 봐. 한 여자가 그런다. 킬킬 킬. 가끔 여자가 남자의 허벅지도 쓰다듬는다. 아이구 아버님 다리도 주물러드리고 효도하네. 세 여자 중 다른 여자가 그런다. 큭큭큭. 비칠거리던 나머지 한 여자가 눈을 반짝 뜨면서 궁금해한다.


볼텨? 자리 바꿔?  


보면 머혀, 허기만 지지.


풉, 흡흡흡 흐흐흐흐흐


세 여자가 입을 틀어막고 웃는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실없는 얘기로 웃는다. 코로나 때문에 밤아홉시 영업 종료해야 하는 커피집 사장도 웃고 쉰 살에서 예순으로 절둑거리면서 가고 있는 부상의 여왕도 웃고 야근으로 기력 없는 비칠 이도 웃는다. 웃으니 살 것 같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가을 한 날이 갔다.


다음 주에는 만나서 장어를 먹기로 했다. 먹음 머혀. 어따 쓸겨. 까르르르. 벌써 웃음이 들린다. 웃을 생각에 좋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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