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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Oct 11. 2022

사랑 하나 오티즘 레이스

걸어서 가까워질 수 있다면


'사랑, 하나, 오티즘 레이스'는 오티즘(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존중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마라톤 캠페인이다. 2007년 유엔총회에서 지정된 세계 자폐인의 날(4월 2일)을 기념하기 위해 4.2km 이상을 걷거나 뛴 후 본인의 소설미디어(SNS)에 인증하는 버추얼 레이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 아  래 -

행사 방식 : 버츄얼 레이스(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가상 마라톤 대회)

■ 사업대상 : 자폐성 장 애인을 옹호하는 누구나

■ 접수기간 : 2022. 9. 14.(수) ~ 10. 12.(수)

■ 접수방법 : 오티즘 레이스 홈페이지 신청 접수                                          (https://www.autismrace.com)

대회 기간 : 2022. 10. 22.(토) ~ 30.(일)

■ 참 가 비 : 30,000원 + 자율기부

문의 처 : 02-445-5444(주요섭 사회복지사)



ㅡ걸어서 가까워질 수 있다면


어젯밤 출근길, 주룩주룩 비 온다. 우산 끝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아침 퇴근길, 날이 맑다. 하늘에 파랗게 길이 열리고 있다.


길이 내게 말한다. 자네 오늘 걷는다고 했지?  잊지 마. 잠결에 꿈길이 열린다. 길이 내게 말한다. 자네 오늘 걷는다고 했지?  일어나. 부스스 일어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눈도 안 뜨고 중얼거린다.


"나 오늘 걸어야 해."


"와."


만나서 걸었다. 친구네 동네 작은 공원을 뱅글뱅글 돈다. 나무에 열매가 빨갛다.


"어머 이쁘다, 저 나무 이름이 모야?"  


친구가 감탄하며 내게 묻는다.


"백오십 미터'래."


나는 나무 밑에 세워진 표지판에 써진 내용을 나무이름 인척 말해준다. 이미 내 농담에 익숙한 친구는 그냥  다시 걷는다.


지난번 가르쳐준 방법대로 걸으란다. 어깨를 앞뒤로 흔들면서 걸으란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옳지,  추임새를 넣어준다. 오늘은 한 가지 기술을 더 가르쳐준다. 가슴의 포인트와 발끝을 맞추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 오른쪽 발이 앞으로 나갈 때는 왼쪽 가슴의 포인트가 우측 엄지발가락 끝을 향하게 하란다. 내 가슴은 2차원 평면이라서 불가능하다. 흥.


이런저런 수다를 섞어 걷는다. 나는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내가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친구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인증사진이 필요하다고 찍어 달랬더니 다섯 장이나 찍어준다. 사진 속의 내가 짧고 넓다. 허허헛 짧고 넓은 다정함이다. 고맙다. 두고 보자.


어라?  이것도 운동이라고 땀이 난다. 어쩌면 내 몸의 모든 땀구멍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열릴 준비가 되어있는데 내가 너무 꼭꼭 숨겨두었나 보다.


호수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이나 작은 공원을 여섯 바퀴를 도는 것은 거리가 비슷하다. 시간도 비슷하게 걸린다. 그런데도 호수공원을 걷는 것은 쉽게 시작이 안된다. 중간에 그만 걷고 싶을 때 호수를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샛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멀리 있는 끝까지 가야 하는 길이 부담스럽다.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그래서 나무 몇 그루 낮게 자라 있는 동네 산책길이 좋다. 조금 걸으면 한 바퀴 다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편하다. 편히 걸어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좋다.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같은 길을 걷고 또 걷는 것 같아도 시간은 나를 다른 길로 데려갈 것이다. 이렇게라도 걷다 보면 어딘가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냥 걷고 또 걷자. (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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