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서 있다. 콧등에 툭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버스를 탄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버스 유리창에 빗방울이 자라고 있다.
투명하고 동그란 빗방울을 들여다본다. 작은 세상이 들어있다. 물방울에 딱 어울리는 작은 크기의 가을 풍경이 들어있다.
새로 돋은 빗방울이 이미 유리창에 붙은 빗방울에게 달려간다. 휘청인다. 미끄러진다. 겹쳐진다. 작고 동그랗고 투명한 풍경이 겹쳐진다. 빗방울 속 가을이 빗방울 속 밤과 겹쳐진다.
'쓸쓸하다'라는 단어의 쌍시옷들은 밤비 오는 골목의 낮은 기와지붕들 같다.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빗방울과 빗방울 속에서 겹쳐지는 가을밤 풍경을 보내야겠다. 잘 자라는 인사를 살짝 겹쳐 넣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