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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Dec 14. 2022

5년 다이어리

5년 다이어리

내게는 만년 일력이 한 권 있다. 년도와 요일 표시가 없고 월과 날짜만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이 달력에 한 줄 메모를 한다. 어느 해 딸아이와 전시회를 같이 보러 갔던 여름의 기록이 이 달력의 팔월 어느 날에 있다. 아들과 재미난 추억도 적혀 있다. 친구들과 나누었던 소소하고 즐거운 식사의 기억도 쓰여 있다.


이런 기록은 해가 지나고 다시 그날이 되었을 때, 잊고 있던 그 시간을 살아나게 한다. 요즘은 내가 손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가 알아서 지난 오늘을 알려준다. 하지만 내 손으로 적어둔 그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5년 다이어리를 한 권 마련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을 기록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2023년의 12월 13일을 찾아 2022년 12월 13일을 한 줄 기록했다. 눈이 오고 눈을 보았던 순간을 남겼다. 내년 12월 13일이 되어 다이어리를 펼쳤을 때 22년의 눈 이야기를 만나겠지.


여기에 기쁨의 순간과 행복한 기억과 즐거운 시간을 남겨 두어야겠다. 5년 뒤 차곡차곡 쌓인 기쁨과 행복과 즐거움을 음미해야겠다. 오래 묵힌 모과차의 향을 음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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