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Dec 15. 2022

반짝반짝 오르골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몇 그루 있다. 나무들 사이에 작은 집들도 있다. 나무에도 지붕에도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다.      


스위치를 켠다.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바닥에 깔려있던 눈송이들이 떠오른다. 반짝거린다. 투명한 육면체 속에 들어있는 나무와 집과 눈송이들을 한참 바라본다. 평화로운 세상이다.   

  

며칠 전에 선물이 왔다. 크리스마스 오르골. 예전에 보던 오르골처럼 작고 귀여운 것은 아니다. 요즘 시대에 맞게 LED 등이 내장되어 있고 아주 작은 눈 조각들이 들어있다.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눈이 떠오르면서 반짝거리고 음악도 나온다. 태엽을 감아 작동되던 오르골은 아니지만 음악도 나온다.     


바깥은 춥고 어둡지만 오르골 속의 세상은 따뜻해 보인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저 작은 집 속에 사는 사람들은 슬픔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작은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서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간간이 웃기도 하겠지. 그러다가 밤이 깊으면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고 포근하게 잠이 들겠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도 슬픈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슬픔을 나누어 가볍게 할 것이다. 힘든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넋 놓고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안아주며 기운을 북돋아 줄 것이다. 그런 상상만으로 나도 같이 편안해진다.     


거실에 놓인 책꽂이 위에 두었다. 오며 가며 보게 된다. 저절로 시선이 간다. 반짝거리며 떠오르는 눈송이를 본다. 선물을 보내준 사람이 반짝 떠오른다.      


내 마음 안에서 작은 기쁨의 조각들이 눈송이처럼 반짝거리며 일렁인다. 밤하늘로 떠오른다. 겨울바람을 타고 높이 올라간다. 멀리 있는, 이제 막 잠이 든 사람의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그의 꿈으로 들어가 첫눈이 되어 사르락 사르락 내린다. 반짝반짝 빛나면서.     


올겨울은 이렇게 작은 반짝임을 모아 따뜻하게 지내야겠다. 따뜻함을 나눠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5년 다이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