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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Jan 01. 2023

어제처럼 오늘도, 작년처럼 올해도



중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들이 모인 단체 SNS 방이 있다. 그곳에는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 분이면 어김없이 잔잔한 그림으로 꾸며진 편안한 문구의 아침 인사를 올리는 친구가 있다. 처음 올라왔을 때는 며칠 하다 말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글이 올라온다. 친구들에게 매일 아침 안부를 보내는 사람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는 정성을 생각해 본다.    

  


작년에 알게 된 시인은 매일 한 편의 시를 자신의 ‘카카오 스토리’에 올려준다. 아침 일곱 시면 정확하게 올라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가 올라왔다. 새해 첫날에 어울리는 시다. 하루쯤 건너뛰어도 상관없는데도 미리 시를 골라 두었다가 게시판에 시간 맞춰 올리는 사람의 성실한 마음을 가늠해보게 된다.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질 성실을 생각해 본다.     

 


오늘도 아들은 새벽에 출근했다. 다른 날처럼 빨리 일어나라는 엄마의 지청구를 듣고 눈도 안 뜨고 침대에 앉았다가 다시 한번 어서 씻으라는 잔소리를 듣고 겨우 씻고 앉아 이른 아침 끼니를 먹는다. 스물셋 젊은 나이이니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친 오늘 같은 날은 출근하기 싫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는데 별말 없이 일하러 갈 준비를 한다.   

  


아들을 데려다주러 나가보니 빨간색의 커다란 버스가 내 차 앞에 가고 있다. 새해 첫날인 오늘도 어디론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태운 통근버스이다. 저 버스를 탄 사람들도 어제와 같이 오늘도 일하러 간다. 아들을 내려주고 보니 몇 명의 사람들이 어둠 속에 어깨를 웅크리고 서 있다. 저들도 작년과 같이 올해도 일하러 가려고 한다. 어제에서 오늘, 그리고 다시 내일로 이어지는 일상을 생각해 본다.      



나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런 일도 생각하게 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에도 아기가 태어나고 누군가가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많은 노인은 병원의 침대에서 새해 새날을 맞이한다. 비록 그분들의 머릿속은 새해라든가 첫날이라는 것에 관한 생각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로 이어져 흐르고 있다.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 본다.      



깜깜하던 하늘 동쪽이 붉어지고 있다. 아침이 오고 있다. 때마침 ‘띵’ 소리와 함께 단체 SNS 방의 알람이 울린다. 매일 아침 일곱 시 반 인사를 전해주는 친구가 사진을 올렸다. 시커먼 교복 입고 같이 학교 다니던 시절 소풍 가던 산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다. 어제와 같은 해다. 그래도 새해 새날이라고 이름 붙은 오늘은 조금 더 반갑다.      



나는 어제처럼 오늘도 간단하게 ‘굿모닝?’이라는 짧은 인사말을 남긴다. 다른 친구는 시를 한 편 올린다. 안 하던 짓이다. 나는 두 친구에게 별 의미 없는 농담 몇 마디를 보낸다. 정성과 성실로 단단하게 유지되는 일상 위에 청매화 향기를 품은 시 한 편과 실없는 농담이 얹힌다. 유유하고 자적한 아침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물을 끓여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시작해야겠다.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별일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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