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Feb 11. 2023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

     

이 영화의 소개 글을 보면 ‘어렸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고 자연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카야’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카야가 어릴 때 가족이 모두 떠난 것은 맞다. 엄마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고 언니들과 오빠도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리고 가족에게 주먹질하던 아버지도 떠나고 열 살짜리 여자아이는 혼자 남겨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카야가 습지에서 캐온 홍합을 사주는 마을 가게 주인 부부에게 눈길이 갔다. 그들은 아이가 캐온 홍합을 사주고 먹을 것인 옥수수 가루를 제공하고 습지에서 마을로 나올 때 타는 배에 넣을 기름을 준다. 주인 여자는 맨발로 다니는 카야에게 신발과 옷을 구해준다. 아이가 살 수 있는, 생존할 수 있는 도움을 준다.      


세상에는 아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어른이 얼마나 많은가. 만약 이들이 아니었다면 카야는 자연을 친구삼아 혼자 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직접 돌봐주는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며 아이의 생존을 염려하고 챙긴다.      


영화를 보기 얼마 전 인천에서 열두 살짜리 아이가 죽은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응급구조대원들이 발견했을 당시 온몸이 멍투성이였다고 한다.  

    

사건 발생 후 찾아간 기자에게 동네 주민은 아이가 추운 날씨에 집 밖에 쫓겨나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등교하지 않았지만, 학교 측은 아이의 안위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아이는 오랫동안 맞았고 결국 맞아 죽었다. 아이의 친부는 아이를 학대한 것은 자신이 아니고 아이의 엄마라는 말을 했다. 비열하고 비정하다.     


열 살의 아이가 혼자 살 수 있었던 것도 열두 살의 아이가 맞아 죽은 것도 어른들과 상관이 있다. 어른의 관심으로 살 수 있었고 어른의 무관심으로 죽었다. 한 아이는 사회의 관심으로 살아나 어른이 되어 자기 재능을 펼칠 수 있었고 다른 한 아이는 사회의 무관심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어갔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습지의 풍경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아이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코 자연과 교감하며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향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영화의 원작은 소설이다.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소설에 대해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며,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기운을 찾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말도 했다. 


카야라는 한 아이가 삶의 고통을 벗어나 빛으로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힘을 준 것은 상점 부부의 관심이었고 사랑이었다.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은호의 소설, 리모델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