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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Feb 14. 2023

기쁨은 초콜릿보다 달콤하지

밸런타인데이 선물

아들이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만들겠단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겉옷을 입고 나간다. 아마 재료를 사러 나가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자니 픽 웃음이 났다. 가끔 엄마인 내가 졸라서 라면을 끓여주고 파스타를 만들어주거나 하지만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 마련하는 것이라니까 어찌하나 궁금하고 관심이 생긴다.

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 안 된다. 숫기가 별로 없어서 쑥스러워서 제가 하고픈 만큼 못할 수도 있다. 관심 없는 척 딴짓을 하다가 결과물만 보았다. 시중에 파는 쿠키에 초콜릿을 녹여 입힌 후 별사탕을 붙였다. 모양도 그냥 그렇다. 주방 인생 삼십 년이 가까운 내가 보기에는 어설프기 그지없다. 킥킥 웃음이 난다.

 

나는 유행하는 기념일을 챙기는 일을 잘못한다. 흔히 하는 이벤트도 잘 모른다. 그러니 아이들 생일이나 특별환 날에 하는 선물도 실용적인 것을 고른다. 그러다 보니 딸이나 아들도 그런 것 같다. 선물을 주면서 카드를 쓰거나 하지도 않는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은 챙기지 않았다.

 

오늘 아들의 궁리하고 몰두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밝았다. 선물을 준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분명 내가 주는 데 나도 받게 된다. ‘기쁨’이라는 선물을. 장삿속이 들어있는 날이라는 것을 따지지 말고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줄까? 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받는 사람이 초콜릿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우리 나이에는 당뇨라던가 비만이 걱정되어서 단 음식을 잘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신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어제 마트에서 본 딸기가 떠올랐다. 붉고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포장 상자를 뚫고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그래 딸기로 하자. 붉은 심장 모양을 닮은 딸기.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딸기를 주문해서 보냈다. 요즘 유행하는 큼지막한 딸기다.

 

딸기가 자두만 하다고, 달다고, 맛있다고, 잘 먹었다고,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받은 사람이 상자를 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가 떠오른다.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딸기를 들고 감탄하는 모습이 보인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나는 비록 초콜릿도 딸기도 먹지 못했지만, 선물을 준비하는 아들의 모습에 유쾌했고 내가 보낸 선물을 받은 사람이 보낸 인사에 기뻤다. 유쾌함과 기쁨이 선물이 되어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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