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재미나고 우스운 일이 생기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아 웃겨.” 이 말이 인터넷에서 변형된 말이 ‘아욱겨’다. ‘아욱’이라는 이름 자체로는 ‘욱’으로 끝나 화가 많은 식물처럼 생각되지만 ‘겨’라는 한 글자가 더 붙어서 세상 최고 긍정의 채소가 되었다.
이파리도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이 성격 좋아 보이지 않는가. 국을 끓이기 위해 다듬어 씻으면서 비비고 치대면 더 좋은 맛을 내놓는다. 너는 나를 괴롭혀도 나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겠다는 자애심 가득한 식물이다.
가을 아욱이 최고라지만 봄도 오기 전에 여름 과일인 참외가 나오는 신기한 세상에서 아욱을 봄, 가을 따져가면서 먹을 필요는 없다.
마른 새우를 넣으면 국물맛이 더 좋아진다는데 말린 새우 없다고 아욱국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아욱겨’의 아욱으로 끓이는 국이니 알맞은 재료가 없는 상황도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재미나게 웃으면서 끓이면 된다. 그래서 나는 건새우 대신 말린 홍합 한 줌 넣었다. 끓여놓고 보니 초록에 붉음이 더해져 국에 꽃이 핀 것 같다. 이 얼마나 넉넉한 긍정인가.
국이 팔팔 끓을 때 대파인 줄 알고 집어 온 마늘대를 썰어 넣는다. 초점이 안 맞는 다촛점 렌즈 안경을 탓하며 한숨을 쉴 필요는 없다. 그저 대파라고 생각하면서 ‘파하하하’ 웃으면서 썰어 넣으면 된다.
된장국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운다. 봄날의 긍정 ‘아욱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어제 저녁에 식탁에 펼쳐 둔 불법 주정차 과태료 고지서랑 스쿨존 속도위반 고지서는 살짝 접어서 식탁의자와 방석 사이로 치워버리자. 생돈 나가는 것들은 눈에서 멀리해야 한다.
밥은 조밥 대신 기장밥이다. 한단의 노생은 조밥이 익는 동안 긴 꿈 먼 꿈을 꾸었다 한다. 나는 조가 없으니 비슷하게 생긴 기장을 넣고 밥을 지어 낮 밥으로 먹고 봄 꿈 단꿈으로 빠져 보련다. 무릎을 내어주는 이 없으니 내 팔을 베고 자련다.
자, 이제 아욱국에 밥 말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