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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May 21. 2023

헤이리에 가면 추로스를 먹어요


찔레꽃 피면 우리 먹으러 갈래요? 


버터를 따뜻하게 녹여 설탕과 달걀을 넣어 고루 섞은 후 밀가루를 넣어 부드럽게 반죽을 만들어서 튀긴 그것. 반죽은 너무 질지도 되지도 않게 해야죠. 질어서 뚝뚝 떨어지면 안 돼요. 달콤한데 슬퍼 보이잖아요. 되게 해도 안 돼요. 딱딱하면 꿀꺽 삼켜버리기 힘드니까요. 목에 걸리면 가슴이 아프거든요.


반죽을 짤주머니에 넣고 길게 짜면서 바로 기름에 넣어요. 기름에 떨어지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요. 마치 숨고 싶은 우울처럼요. 그렇게 사라지지만 잠시 기다리면 기름 위로 떠 오른답니다. 달아오른 기름에 뜨거워지면서 익으면서 부풀면서 저도 모르게 둥실.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게 변하면 건져 올려 설탕을 뿌려줘요. 아니, 아니 뿌리지 말고 아예 입혀주세요. 아직 뜨거움이 식지 않았을 때, 시나몬 가루가 섞인 설탕 속에서 굴려주면 온몸이 하얗고 반짝반짝 빛나요. 계피 향도 은은하게 퍼지고요. 행복해질 수 있어요. 뜨겁고 달콤하고 고소한 츄로스 한 입으로. 


그런데 왜 찔레꽃 필 때 먹으러 가자고 하냐고요? 저기 파주 헤이리에 가면 츄로스를 파는 집이 있어요. 그 집 담장에 봄이면 찔레꽃이 핀답니다. 흔하게 보이는 흰색이 아니라 여리고 여린 분홍색으로. 사랑인 줄 몰랐는데 어느 날 사랑인 것을 깨닫고 혼자 몰래 볼이 붉어지는 어린 첫사랑 같은 색으로 피는 찔레꽃 보고 향기도 흠흠 한 번 맡아보고 맛있게 튀겨진 츄로스를 먹는 거죠.


주문받으면 바로 튀겨준답니다. 튀긴 음식은 튀긴 즉시 먹을 때가 제일 맛있지요. 금방 튀긴 뜨거운 츄로스와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어도 잘 어울려요. 행복이 사르르 녹아요. 


맥주도 그렇고요. 길쭉한 츄로스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입을 크게 벌려 앙 깨물어요. 그리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거죠. 달콤함과 뜨거움을 맛본 후 시원하게 들이켜는 맥주의 맛, 머릿속에서 팡팡 터지는 그 맛, 다들 아시죠? 


원래 맞춤법으로는 ‘추로스’가 맞대요. 하지만 난 ‘츄’로스라고 쓸래요. ‘츄우’하면서 입술을 쭈욱 내밀어 보려고요. 설탕이 묻어 달콤한 입술이면 더욱 ‘츄우’가 하고 싶겠죠. 시나몬 향이 어우러지면 눈도 살짝 감으면서 ‘츄우~’


까짓 거품 좀 남으면 어때요. 입가에 설탕 좀 묻으면 어떻고요. 손가락이 끈적해져도 상관없어요. ‘츄우’로스는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눈부신 날, 찔레꽃 보러 가세요, 즐기세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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