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푸른 수국
비가내렸다. 아침에는 가닥가닥 내렸다. 낮이 되면서 빗줄기와 빗줄기가 합쳐져 굵어졌다. 밤에는 어둠까지 엉겨 더욱 굵고 단단해졌다. 비에 바람이 더해져 너른 장막처럼 펄럭였다. 우우 함성을 토하고 두두두두 말처럼 달렸다.
세상을 빈틈없이 적시고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비의 흔적만 남았다. 누에가 뽑아내는 실처럼 가늘어지더니 비인듯 아닌듯 흩어졌다. 만져지지 않는 물의 입자가 뽀얗게 허공을 매웠다.
비가 사라진 하늘에 달이 나타났다. 달빛을 머금은 물기가 비단안개로 펼쳐진다. 보이지 않는 손이 비단을 오린다. 섬세한 손길로 오리고 또 오린다. 작고 동그란 조각들을 이어붙인다.
이윽고 아침이다. 물빛 수국 연푸르게 피어난다. 밤이 하염없이 물레를 돌려 굵은 빗줄기에서 뽑아낸 안개로 짠 비단이 꽃이 되어 초록으로 무성한 여름을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