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콩나물 김칫국

by 최희정

살림꾼 3월이 바느질을 시작한다.

가는 겨울 한 조각과 오는 봄 한 조각을 잇고 있다. 가느다란 빗줄기를 실 삼아 한 땀 한 땀 이어준다. 그 덕에 겨울은 가는 길이 섭섭하지 않다.


이런 날 점심은 겨울과 봄을 같이 먹어야겠다.

겨울이 시작할 무렵부터 먹던 김장김치는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맥을 못 추고 시큰해졌다. 김치통 바닥을 훑어 묵은지 남은 것을 꺼내 송송 썰어 냄비에 넣는다. 시큼한 김칫국물도 몇 국자 얹는다. 물기 촉촉한 봄의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떡잎을 벌려 싹을 내던 기억을 간직한 콩나물을 맑은 물에 씻는다. 묵은지 위에 얹는다. 물도 한 대접 붓는다. 냄비 뚜껑을 닫고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쌀을 씻는다.

쌀알들이 물을 만나 휘돈다. 차르르 차르르르 빗소리를 낸다. 솥에 안쳐 밥을 짓는다. 국물 음식을 같이 먹을 테니까 밥은 고슬고슬하게 한다.


밥이 익는 동안 창 너머를 구경한다.

라일락 나무에 참새 다섯 마리가 앉아 있다. 가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제 발목처럼 가느다란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같이 몸을 흔든다. 감나무에는 까치 두 마리가 앉아 있다. 나무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더니 날아가 버린다. 집을 짓기에는 감나무의 키가 작은 가보다.

밥이 익는 냄새가 난다.

달큰하다. 콩나물 김칫국도 끓는다. 뚜껑의 틈을 비집고 냄새가 퍼진다. 구수하다.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점심이니 밥 한 그릇, 국 한 대접 놓고 간단히 먹는다.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을 한 그릇에 담아 먹는다. 밥 한술 입에 넣고 바라본 라일락 가지가 비었다. 참새도 점심 먹으러 갔나 보다. 국물 한 수저 삼키며 다시 가지를 본다. 참새 발자국마다 밥알 같은 꽃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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