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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정 May 18. 2022

감정이와 기복군

지난주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 전주에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긴장감으로 오히려  해야 할 일들을 척척 해내고 농담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싶고 만나는 사람과 유쾌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금씩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어졌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니었고 집 밖에 나가기가 싫었고 멍했고 움직이기 싫었다. 밥에 물을 말아 김치 한 가지만 놓고 3분 만에 입 안에 밥을 욱여넣고 도로 누워버린 적도 있었다. 나 스스로가 내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가라앉음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며칠 계속되었다. 빠져나오기보다는 그 안에 더 깊이 어둡게 가라앉고 싶었다. 이러한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지만 오히려 그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아서 힘들었고 은근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었다. 결국 사흘 전에는 한 동안 사라졌던 불면이 다시 왔고 할 수 없이 술을 한 잔 하고 잠이 들었는데 두 시간 만에 다시 잠이 깼다. 새벽 네 시에 잠이 깼지만 더 자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고 일어나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다시 술 한 잔을 더 하고 잠이 들었다. 잠들기 전에 울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젯밤부터 다시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지난주 겪었던 우울함에서 거의 벗어난 것 같다. 즐겁고 싶고 유쾌하고 싶고 몸을 움직여 뭔가 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너무도 혼돈스러운 것은 지난주와 지지난 주와 이번 주의 내 형편이나 생활이 크게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주 동안의 내 생활은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있는 날에는 아침에 아들 깨우고 밥 주고 저녁에 반찬 한 가지 해서 둘이 밥 먹고 가끔 사람들 만나 차 마시고 수다 떨고 책도 보고 라디오도 듣고 음악도 듣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 걱정거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지만 특별히 걱정할 만한 일이 더 생기지도 않았고 있던 걱정거리가 해결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긴장해서 빠릿빠릿해졌다가 낙담했다가 우울했다가 다시 긴장이 섞인 다행 감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게 병인가 싶기도 하고 어떤 호르몬의 영향인가 싶기도 하다. 새벽에 심수봉 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하며 춤을 추는 중증은 아니더라도 이게 혹시 조울증의 시초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인간이라면 대부분 다 이와 같은 감정 기복을 겪는 걸까 궁금해진다. 감정이라는 것도 모래시계처럼 다행 감과 불행감의 통이 양쪽에 달려있어서 한쪽을 비워주고 한쪽을 채워주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 같다. 감정이 파장과 파동을 가지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내가 이러한 내 감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젠 우울로 가라앉기 전에 나를 건져내는 뜰채를 구해봐야겠다. 방법이 있겠지.


여러분의 감정의 흐름은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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