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평대에서 내 책을 본 날

《사람길 국토종주》 책을 내고 나서

by Hiker 나한영


목적 없이도 가장 가기 좋은 곳이 서점이다. 목적이 없어도 가장 그럴싸한 목적을 만들어 주는 곳이 또한 서점이다.

서점에 가면 어떤 책이 나와 있는지 먼저 훑어보는 곳이 평대이다. 평대에 놓인 책을 집어 드는 손맛이야 말로 어느 낛시꾼 못지않다. 책을 들어 중간 어디쯤 떡 펼쳐서 이 문장 저 문장 읽으며 마음에 새길 문구를 찾기도 하고 더러는 나름의 품평회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으쓱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서점은 그렇게 내게 트렌드를 읽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그중 어느 책을 고르기라도 하면 어느새 세상없는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곳이 서점이었고 나는 그것으로 대만족 할 뿐이었다.

한 번도 평대에 놓인 책의 저자가 나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평대는 그저 내가 세상과 만나는 곳이었다. 그 위에 놓인 책들은 내게 새 세상을 열게 해 주는 수단으로써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서점 평대에서 내 책을 본 날이다. 내가 밤잠을 설치며 문구 하나하나를 고민했던 또 하나의 나인 책이 매대에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 어.. 행간 어간마다 아직도 숱한 고민을 간직하고 있을 바로 나네?


어제(11.12) 저녁을 먹으러 강남에 간 김에 들른 교보문고에서의 일이다. 내 책이 교보문고에 입고가 됐다는데 어디에 숨어 있을까.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나름 기대와 설렘을 안고 찾아 나선 길이었는데,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멀리서 번뜩 나는 나를 알아채 버렸다. 평대 앞자리 중간에 가장 손이 쉽게 갈 곳에서 짠! 이 맞다. 짠 하고 나를 맞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가 안 보일 때부터 나를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점에서 내 책과 조우했다. 인터넷에서 나를 놀라게 하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국내여행 7위(노출 3위, 여행 전체 40위)란 숫자나 표시도 없고, 서평이나 리뷰가 딸려 있는 것도 아닌 맨살의 나를 만난 것이다. 또 하나의 내 분신인 내 책은 그저 맨 살로 평대에 앉아서 나를 불렀던 것처럼 멀리서 또는 바로 앞에서 지나는 고객들을 이렇게 부를 것이다.


"저는요..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한 일반적인 여행책이 아녜요. 내가 궁금했던 우리 국토의 흙 하나 바람 한줄기를 같이 느끼고 싶어요. 그동안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았던 보석 같은 이 땅이 살아나 "나 여기 있었어요" 하고 말하는 생생한 육성이 들리실 거예요. 이 땅 구석구석에 쌓이고 쌓인 역사와 지역민들의 삶이 바로 내 존재의 이유였더군요."


오호~ 그렇구나. 갑자기 손오공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휙 불어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래.. 이곳에 앉아서 내가 하고 싶던 얘기들을 이곳을 찾은 고객들에게도 들려주렴~! 내가 세상을 만나던 곳에서 이젠 나도 그중 한 자리에 앉아 또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되고 있다.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 내 책을 남겨 두고, 아니 내 분신에게 역할을 맡겨놓고 서점을 나서는데, 어느새 나는 또 다른 새 분신을 궁리하고 있다.



《사람길 국토종주》 교보: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88994820675?partnerCode=NVM&orderClick=mW5


교보 노출 3위:

교보 베스트셀러 국내여행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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