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도 둘레길 걷기 하듯

《사람길 국토종주》의 꿈

by Hiker 나한영

처음은 항상 쉽지 않다. 사람길을 따라 국토 순례한 것이 처음이었으니 길도 처음 간 길이었다. 난 사람길을 아무 다른 생각 없이 우리 국토를 보고 느끼기 위해서 당연히 도보 길로 국토종주(우리나라 최남단 해남 땅끝점에서 최북단 고성 DMZ까지 국토의 가장 긴 대각선 축을 걷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보 길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길을 개척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길은 차가 중심인 찻길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이다.


이 전에 도보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국도를 따라 걸었다. 국도로 걸으면 찻길밖에 못 본다. 주변에 명소가 있어도 길에서 이탈해야 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오직 국토종단 완주에만 목적이 있다. 그만큼 보고 느낄게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사람길 도보 국토종주길이 없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로 의외이다. 예부터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불릴 만큼 수려한 우리 국토, 한류 붐을 타고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땅에 도보도 걸을 수 있는 국토종주길이 없다니.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자화자찬하는 한국으로서는 창피한 일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197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도보 중심의 국토순례 길 만들기 사업을 전개해 왔다. 영국과 미국엔 도보 국토 순례길인 National Trail이 있다. 뉴질랜드엔 Walkway가 있고, 호주엔 Walking Track이 있고, 독일엔 Wandering Route가 있다. 우리가 경멸했던 이웃 일본도 '장거리 자연 보도'란 이름으로 일본 전역을 종단, 횡단, 순환하는 보행자 중심의 길을 1970년대부터 조성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없다. 그래서 사람길을 새로 개척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철책선까지 잇고 이어 걷다 보니 처음 간 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길 국토종주> 책도 우리나라에 없던 처음 책이 되었다. 발매 2주 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책엔 길에 얽힌 각종 사연들이 소개돼 있다. 그것이 자연이든, 인문지리든, 지금 이 땅에 일어나고 있는 이슈든, 지역민들의 삶의 모습이든, 역사든, 문화든, 아니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노을 지는 모습이든, 아침 서리가 하얗게 내린 배추밭이든, 살을 에이는 북풍한설이든, 머리가죽이 익는 땡볕이든 우리가 길에서 만나는 우리 땅의 모습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나는 늘 생각한다.


자연을 차단하고 땅과 공간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도배해서 얻은 도시의 편리함이 정말 우리를 여유롭게, 행복하게 만들어 줬을까.


우리가 우리 땅을 차단하고 살면서 우리의 뿌리와 우리의 숱한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과거와 미래의 연결자로서 현재의 내 존재의 이유를 잊어버린 채 도시라는 낯선 공간에 외딴섬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땅에 깃든 숱한 사연들과 소통하고, 우리 삶의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것은 아닐까.


편리성 만으론 삶을 담을 수 없다.


우리 땅이 자연한 모습으로 숨 쉬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땅에 깃든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그곳으로 우리가 가면 된다. 우리 국토종주단이 작은 소도시 영암 땅에 들어섰을 때도 군청 소재지 시내가 우리의 전통과 자연 속에서 숨 쉬고 있음을 보았다. 그때를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편리성 만으론 삶의 다양성과 인간의 모든 감성을 담아낼 수 없다. 인간은 단지 현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옛 것을 보고 향수에 젖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찰하므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얻는다."


우리 모두가 '나'를 찾는 길

그래서 사람길은 '나'를 찾는 길이다. 나는 이 책이 퍼져서 사람길 국토종주길을 걸어갈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나중에는 모두 이 사람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길의 1차 스토리텔링을 한 것일 뿐이다. 사람길을 걷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다. 그동안은 국토종주길이 찻길인 국도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차마 국토종주에 나설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국토종주를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람길 국토종주길을 여느 둘레길을 찾아가 걷는 것처럼 걷게 될 것이다. 자기가 걷고 싶은 구간을 선택해서 걷고 다음에 또 다른 구간을 걷는 식으로 걷다 보면 나중에는 국토종주 완주라는 목표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국토를 이어 걸으며 "나 여기 있었어요" 하고 말하는, 보석 같은 이 땅이 살아나 말하는 생생한 육성을 듣게 될 것이다. 그동안 단절됐던 우리 땅과 다시 만나고 우리 땅이 전하는 이야기와 만나며 우리는 더 풍요롭고 건강한 대한민국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외국의 도보길을 찾아가 걷듯이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사람길을 찾아와 우리 땅을 보고 느끼며 한국이란 나라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동을 더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더욱 우리 땅 보존에 힘쓰고 우리 땅을 사랑하며 언제까지나 삼천리 금수강산을 향유하는 대한민국인으로 남을 것이다.



책 보기: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88994820675?partnerCode=NVM&orderClick=mW5


<사람길 국토종주> 부록, 걷기 방법 중
부록, 못다 한 역사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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