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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Dec 29. 2021

호남정맥과 아미단맥을 넘는 길

70. 5R 9일차_6th:<순창편>1.호남정맥 마을 2.1그루의 나무


<순창 편>


1. 호남정맥에 자리한 방축마을


도 경계를 통과하는 호남정맥

   담양군과 순창군의 경계이면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인 이곳은 호남정맥(호남 정맥 제7구간과 8구간이 만나는 곳)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이 전북 장수 영취산에 이르면 내장산,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이 대둔산, 계룡산을 잇는 금남정맥과 같이 뻗어 나와(금남호남정맥), 전라북도 장수군 주화산에서 금남정맥은 북쪽으로, 호남정맥은 남쪽으로 내달리며 호남 지방을 동서로 크게 갈라놓는다.


주요 3개 강의 분수령

   이 정맥은 한반도 수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금남호남정맥의 북쪽으로 금강이, 남쪽으로 섬진강이 시작되고, 호남정맥은 또 동쪽으로 섬진강, 서쪽으로 영산강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호남정맥은 우리나라 4대 강 중에 금강, 영산강의 2개의 강을, 그리고 화개장터부터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을 내어 놓는 산줄기이다.

   지금 우리가 그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방축재를 넘고 있다. 걷다 보면 고개라고는 거의 느낄 수 없지만 해발 고도는 130m가 넘는다.


공동체 의식의 힘 보여 준 방축마을

   호남정맥이 지나는 방축재에 자리 잡은 마을이 방축마을이다. 이제부터는 전라북도 순창군으로 들어서서 첫 마을인 방축마을을 지난다.

   이 마을은 리모델링 마을로 유명하다. 2013년도에 농촌마을 리모델링 시범지구로 전국 최초로 선정돼 주민참여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벌인 것이 오랜 세월 침체됐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잠재돼 있던 공동체 의식이 다시 깨어난 것이 마을의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이는 전라북도에서 개최한 생생마을(CAC; 클린농촌운동) 콘테스트에서 내리 상을 받는 결실로 연결됐다. 1회(2014년)부터 참가해 3위를 한 후, 2016년 2위(우수상), 2017년에 1위(최우수상)를 할 만큼 경관·환경·체험·문화·복지 등의 농촌운동에 대한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과 단합된 의지가 돋보인 마을이다.


더 값진 지방 마을의 변화의 노력

   우리가 마을을 지나가는 길가에 산불조심 깃발이 연달아 나부끼고 있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신한옥형의 공립 어린이집 팻말이 보이고, 골목마다 깨끗이 단장된 모습에서 주민들의 마을 사랑의 마음이 보인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지방 마을들이 침체 상황에 처해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 마을 어르신들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노력은 더 힘들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노력의 결과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  



산불조심 깃발이 세워져있는 방축마을 앞길(좌), 깨끗한 골목길에 옛 종탑이 보인다.(우)



2. 단 1그루의 나무, 흔한 흙을 다시 본 이유


아미단맥을 넘는 사람길이 없다?

   방축마을을 지나 굴다리를 통과해 24번 고속화도 옆으로 나란히 난 농로를 따라 걷는다. 5월의 날씨 치고는 구름 한 점, 바람 하나 없는 따가운 땡볕이 내리쬔다.

   순창군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아미단맥(호남정맥 광덕산564m에서 아미산515m을 향해 갈라지는 산줄기)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난관이다. 지도 상으로는 아미단맥을 넘는 하태재 고갯길이 막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찻길이 발달하면서 옛날에 다니던 사람길이 많이 없어져서 이곳도 그런 줄만 알고 하는 수 없이 국도를 이용해 고개를 넘으려고 24번 고속화국도로 들어섰다.


차도로 아미단맥을 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송정마을로 들어가면 마을회관을 지나 하태재로 넘어가는 길이 있지만 카카오 지도에 보이지 않아 몰랐다. 덕분에 사람길을 벗어난 찻길이 얼마나 가혹하고 삭막한 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곳은 24번 고속화국도와 대구광주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 2개의 도로가 붙어서 나란히 넘는 보기 드문 차도 고개이다. 원래부터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던 곳에 도로를 놨기 때문에 옛 고개 이름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24번 국도 고개' 또는 '88고속도로 고개'로만 부른다.


가혹하고 삭막한 찻길 체험

   두 도로가 붙어서 나란히 아미단맥 고개를 넘어가다 보니 그 광활한 삭막함이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다. 차가 길의 주인인 차도라 얼굴도 마음도 보이지 않는 차들만 쌩쌩 지나가는 옆으로 아슬아슬 곡예하듯 언덕길을 오르는 우리 종주단의 모습이 가여워 보인다.

   더욱이 지금까지 걸어올 때는 미처 몰랐는데 숨이 막힐 만큼 사막 같은 더위가 밀려온다. 나무는 한 그루도 없는 넓은 포장도로 위로 뜨거운 열기만 이글이글 타오른다. 신록의 5월에 때아닌 가마솥 더위 체험이다.

   흙을 도배해 지기를 차단하고 산줄기의 숲을 모두 베어내 자연을 정면으로 막아선 두 포장도로가 만들어낸 더위는 생각보다 컸다. 여기에 100℃가 넘는 엔진을 단 자동차들도 연신 고개를 넘으며 열기를 뿜고 타이어의 마찰열로 도로를 뜨겁게 달군다.


단 1그루의 나무, 흔한 흙을 다시 본 이유

   자연이 말없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생각보다 크다. 아메리칸 대학의 마이클 알론조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정원 등 다양한 장소의 온도를 7만 번이나 측정해 단 1개의 나무도 주변 온도를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 그늘의 냉각 효과는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또한 흙은 빛 반사율이 높고, 흙 입자들 사이사이에 공간이 많아 받아들인 열도 통풍이 잘 되어 쉽게 빠져나간다.

   도시 지역의 평균 기온이 과거에 비해 상승 추세에 있는 것은 땅을 아스팔트로 도배해 차단하고, 도시 시설을 위해 숲을 밀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넓혀서 말하면 자연을 막아선 문명이 문제이다. 지구 온난화 등 자연 순환의 원리를 무너뜨린 산업문명의 결과로서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고 있는 더위와 이로 인한 산불, 사막화, 가뭄, 기상이변 등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삶의 환경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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