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초급/역사길
'백제' 하면 공주나 부여를 중심한 호남지방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은 백제는 서울에서 건국하고 500년 동안이나 서울을 왕도로 삼았던 한반도의 중심 국가이다. 공주와 부여 시대를 다 합해도 200년이 채 안 되는 것에 비해 백제는 대부분의 왕조를 서울 한강을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그럼에도 고구려 점령 이후부터 1,500년 이상 잃어버린 왕도가 되었다. 마치 잃어버린 폼페이 같다. 지금도 주택가 밑에 왕도의 자취들이 잠겨 있다. 다행인 건 우여곡절 끝에 왕도의 성들이 다시 살아나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없어진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서울에서 백제의 성들과 유적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1,500년이란 시간을 뛰어넘는, 이 시대의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가 아닐까.
출발은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서 한다. 성벽을 따라 예쁜 산책로를 걸으며 몽촌토성의 구릉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과 초록의 자연을 만끽한다. 호수, 예술조각작품, 피크닉장, 나홀로 나무 등 명소를 지나며 백제박물관, 움집터 전시관, 몽촌역사관을 차례로 지난다. 숲이 우거진 성내천 제방길을 걷고, 가슴 뻥 뚫리는 한강공원 광나루지구를 만나면 야생화, 숲, 벤치의 호젓한 자연공원길을 걷는다. 굴다리로 88 도로를 건너 골목길을 돌아가면 서벽 일부부터 풍납토성 순례가 시작된다. 왕도를 가운데 두고 성벽을 따라 걷는 자체로도 최고의 힐링이 되는 코스이다. 초록 잔디와 예쁜 산책로, 자연의 일부가 된 아름다운 성벽 모두가 감동이다. 어렵게 조성된 역사문화공원과 풍납백제문화공원에 꼭 들러 왕도를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보자. 웅장한 북벽을 마지막으로 천호역에서 걷기를 마친다.
백제왕도길 정보
◇길의 유형/형태 : 역사길 03./흙길 70%, 포장길 30%
◇거리 : 11km
◇소요 시간: 4시간
◇시작/종료 지점 : 몽촌토성역 1번 출구/천호역
◇경유지 : 한성백제박물관-움집전시관-몽촌역사관-성내천- 한강공원 광나루지구-풍납토성 남벽-동벽-백제역사&문화공원- 북벽-천호역
◇걷기 포인트 :
- 백제 초기, 한강에 연해 몽촌토성보다 먼저 쌓은 풍납토성
- 올림픽공원으로 시민의 휴식 공간이 된 한성백제시대의 중요한 성곽 몽촌토성
- 자연생태 하천인 아름다운 성내천
-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한강공원 광나루지구
◇녹색길 비율 : 90%
◇난이도/경사도 : 하초급/20도 미만
◇샷 장소 : 중상/몽촌토성 곳곳(성벽, 토단, 나홀로나무), 풍납토성 곳곳
◇걷기 좋은 때 : 봄꽃, 가을 단풍, 눈 쌓인 겨울, 사계절
◇Tip :
- 벚꽃 개화시기엔 성내천 제방이 환상의 벚꽃길을 연출, 몽촌토성 호수 주변도 멋지다.
- 박물관에 들르면 항상 의미 있는 전시를 하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오전 9시~오후 7시(월요일 휴무), 몽촌역사관 :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 북벽 쪽 성안 시장인 풍납도깨비시장을 볼 수 있음.
- 화장실: 한성백제박물관, 몽촌역사관, 피크닉장, 풍납백제문화공원, 천호역
◇등급 : ★★★★★
경유지 소개
◇몽촌토성 : 몽촌토성이 백제의 주 성으로 되살아난 것은 불과 25년 전이다. 88 올림픽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발굴이 시작된 1983년 이전까진 한적한 시골의 나지막한 야산에 불과했다. 1986년 올림픽공원이 완공되므로 우리도 몽촌토성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성이 기록에 있는 하남 위례성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백제의 주요 성이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왕도는 아닌 것 같다. 또 토성이라 부르지만 순수한 토성은 아니다. 남한산에서 뻗어 내린 최고 높이 44.8m인 타원형의 자연 구릉을 이용해 구릉이 낮거나 끊긴 부분에만 점토 등으로 판축 기법을 이용해 쌓은 산성이자 토성이다. 성벽의 바깥쪽은 경사면을 깎아 급경사를 만들고 목책을 설치해 방어했다. 성벽 밖엔 방어용 해자를 두르고, 성벽 바로 안쪽 네 지점에 주위보다 3~5m 정도 더 높게 망루 역할을 하는 토단을 만들었다. 전체 길이 2.3km에 달하는 큰 성이다. 원래 성벽의 높이는 지금보다 높은 13~18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납토성 : 전체 길이 3.5km에 달하는 백제 유적 가운데 최대 규모의 토성 유적이다. 기원 전후에 축조하기 시작해 늦어도 기원후 200년에 완성된 백제의 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강 쪽의 서벽이 유실돼 현재 2.1km가 남아 있다. 너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그동안 아파트단지와 주거지 개발로 많은 문화재가 사라진 것은 안타깝다. 이곳에 주택가가 밀집돼 있고, 한창 아파트 개발 때 백제 유물이 출토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주택조합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개발업자들은 공사 지속을 위해 포크레인으로 문화재들을 덮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간신히 두 곳은 아파트가 세워지던 공사를 멈추고 수천점의 백제유물들을 찾아냈다. 왕도를 감쌌던 성도 절반은 복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토기와 건물터, 왕궁 터의 한 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공공건물 터를 발견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 성은 보기엔 그냥 둔덕처럼 보이지만 평지에 판축법으로 쌓은 성으로 기초와 층층이 뻘흙, 식물유기체을 반복해 쌓고, 목구조물을 넣었다. 그 위에 강돌을 3단으로 쌓고 안쪽에 깬돌을 쌓고 배수로도 만들어 성이 무너지지 않게 과학적으로 쌓았다. 밑에 잠긴 부분은 주택가라 확인할 수 없지만, 확인된 성벽의 규모만 폭 40m, 높이 9m에 이른다.(북벽 높은 곳 폭 70m, 높이 11m) 풍납토성이 왕도로 추정되는 이유는 우선, 입지조건이 부합한다. 비슷한 시기 대동강과 압록강에 연해 있는 도성들인 고대 낙랑토성이나 고구려 국내성처럼 한강에 접해 있다는 점이다. 둘째, 주변에 그와 관련된 고분군과 요새로서의 산성 등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 셋째, 주요 토기와 대부(大夫) 토기 조각, 공공건물 터가 발견된 점 등이 하남 위례성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응용 코스
1. 아차산 고구려 역사길 : 풍납토성 북벽에서 한강공원으로 나가 광진교를 건너 아차산 고구려 역사길과 연계해 걸을 수 있다.
2. 송파 소리길 : 한강공원과 올림픽공원에서 연계할 수 있다. 성내천, 장지천, 탄천, 한강의 물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21km 코스
3. 서울 둘레길 : 풍납토성 북벽에서 한강공원으로 나가면 서울 둘레길 고덕·일자산 코스와 연계된다.
4. 토성 산성길 : 올림픽공원에서 성내천을 따라 마천역에 이르면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만나 산성길을 걷는다.
백제왕도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