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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21. 2018

오늘의 글은 오늘의 최선이다

내일의 글이 오늘의 글보다 덜 부끄러울 수 있다고 믿기에

요즘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책상 앞에 나를 앉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쓰기란 좋은 문장을 써내기 이전에,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기분을 견디는 일이었다. 빈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손가락이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현실이 맨살에 닿는다. 오늘의 나를 넘어설 수 없는 나는 매일 낮은 자존감을 부축하고 오만함을 불러 세우며 초라한 문장을 화면에 가득 채운다. 그렇게 겨우 쌓아놓은 글은 당장 내일 보면 빈 틈 투성이다. 잘 살아야 잘 쓴다던데, 이렇게나 쓰기가 수월하지 않은 걸 보면 지금까지 잘 못살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조급한 마음에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다만 어제의 빈틈을 채우다 보면 분명 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다. 어제도 나는 힘껏 살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용기를 내어 글을 남겼다는 것이다. 어제의 글은 어제의 최선이다. 만약 최선을 다해 써내지 않았다면, 부끄러울 거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즉 어제의 최선으로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최선을 돌아보며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힘껏 살아야 한다. 산만큼 써내야 한다. 내일의 글이 오늘의 글보다 덜 부끄러울 수 있다고 믿기에. 초췌하고 느린 문장을 눌러 적는다. 오늘 쓰는 글자 수만큼 내일의 나는 좌절하고, 좌절함에 안도하며 다시 온 힘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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