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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익준 Nov 24. 2018

일상적 절망

조급한 사람은 쉽게 질투하고, 금세 절망한다.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 '이슬아'라는 이름이 나오기에 '아, 그 일간 이슬아 작가?'라고 물었다. '글이 어때? 괜찮아?"라고 한번 더 물었다. 제법 괜찮단다. 기억이 난다. SNS 피드에서 스치듯 본 책이었다. 대체로 독립서점 계정에서는 책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기 마련이고, 모든 포스팅을 유심히 보지 않기 때문에 명확하지는 않아도 흐릿한 사진의 표지가 독특하여 책과 작가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 작가가 잘 쓴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잘 쓰기에'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이 먼저 자리를 잡고 털썩 주저앉는다. 득달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 뒷조사(?)를 하듯 심각한 표정을 짓고 그녀의 행보를 살핀다. 틱. 틱. 틱. '사람들 반응 보니 잘 쓰나 보네.' 그녀의 글을 더 깊이 살핀다. 틱. 틱. 틱. 틱. 틱. 아, 글이 참 좋다. 나랑 비교할 것도 없이 좋다.


 나약한 인간(나 같은)은 언제나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이걸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볼 때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괴감을 조몰락거린다. 일상적인 절망이다. 매일 고민해도 한참 뒤에나 뾰족한 수가 생길지 안 생길지 모를 일이다. 


 나는 그들의 첫 발자국을 찾아 무작정 뒤따른다. 그녀만큼의 시간을, 다른 수많은 작가만큼의 시간을 이 세계에서 살아내고 나면, 나도 글을 잘 쓰겠지. 라는 당연한 사실을 혼자 중얼댄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그렇다. 자꾸만 춥다 춥다. 혼잣말로 버티는 밤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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