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익준 Dec 14. 2018

비싼 집

그 웃음은 얼마입니까

유튜브를 켠다. 핸드폰 화면 속을 깊이 들여다본다. '000억짜리 집 내부 공개!'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누른다. 화면 속 햇살은 따뜻해 보이고, 새벽 네시의 내 방은 차갑다. 먼 나라의 모습 같다. 나는 화면 바깥쪽에, 당신들은 화면 안쪽에 있다. 마치 시차처럼 극명하다. 화면에서는 내내 몇십억은 족히 될 으리으리한 집의 내부가 펼쳐진다. 


그들은 시종일관 집의 크기에 놀라워하고 놀라움에 대해 끊임없이 다채로운 단어들로 설명하고, 집의 구성과 가구들에 대해 예찬한다. 당신은 그 집에서 제일 큰 방을 소개한다. 얼른 보기에도 알 수 있었다. 그 방의 크기가 우리 집보다 크다는 것을. 그 큰 집 안에 우리 집을 블록처럼 채우는 상상을 한다. 나는 블록의 개수를 헤아려 집의 가격을 계산해본다.


집을 소개하는 당신의 표정은 밝다. 그곳은 행복합니까. 얼마나 돈이 많으면 그렇게 웃을 수 있습니까. 그는 웃음으로 답하고, 나는 거듭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그 웃음은 얼마쯤 합니까. 가늠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8월을 꿈꾸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