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도 다시 돌아오기 위한 나만의 좌표
나는 한때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
강한 사람,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흔들리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결정이 빠른 사람.
자기 확신으로 단단히 서 있는 사람.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한 번 정한 기준을
쉽게 바꾸지 않는 사람,
일관된 선택을 하는 사람.
하지만 살아보니
기준은
그렇게 단단하게 고정된 무엇이 아니었다.
삶은
계속해서 나를 흔들었고,
상황은 늘 기준을 시험했다.
돈 앞에서,
관계 앞에서,
책임 앞에서,
성공 앞에서.
그때마다
나는 여러 번 흔들렸다.
때로는
내가 세운 기준이 다른 것 같았고,
때로는
기준을 고집하는 내가
미련해 보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기준은
흔들리지 않기 위해 세워지는 게 아니라,
흔들린 뒤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준이 없을 때
나는 쉽게 외부의 기준을 빌렸다.
돈이 많으면 잘 사는 거라는 기준,
회사가 커지면 성공이라는 기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의미 있는 삶이라는 기준.
그 기준들은
순간순간 나를 앞으로 밀어줬지만,
나를 오래 데려가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나만의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단한 선언이 아니라,
선택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몇 가지 질문으로.
이 선택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가.
이 방향이
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길인가.
이 일을 계속했을 때
사람을 더 소모시키는가,
아니면 살리는가.
이 질문들에
완벽하게 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 질문 없이 선택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기준이 생기자
선택이 쉬워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성공들.
그 앞에서
나는 여러 번 멈췄고,
여러 번 돌아섰다.
그 선택들이
항상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선택들 덕분에
나는 아직
내 삶 안에 남아 있다는 것.
지금의 나는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라기보다,
기준을 잃었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에
가깝다.
흔들릴 수는 있지만,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 삶.
남의 기준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좌표.
그게
지금 내가 가진 기준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흔들릴 것이다.
의심할 것이고,
망설일 것이고,
때로는 틀린 선택도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기준이 있다는 건
틀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틀린 뒤에도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뜻이니까.
지금의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