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대신 짊어지지 않고, 곁에 남아주는 선택

by 이키드로우

연대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쉽게 따뜻한 장면을 떠올린다.

함께 손을 잡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편에 서 있는 모습.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감정으로 쉽게 묶이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고, 더 오래간다.


연대는

누군가를 대신 구해주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몫까지

내가 짊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건 연대가 아니라

소모에 가깝다.


연대는

각자가 자기 몫을 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나는 내 삶을 살고,

너는 네 삶을 산다.

다만

그 과정에서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


그래서 연대는

의존과 다르다.

의존은

상대가 없으면 무너지는 상태지만,

연대는

혼자서도 설 수 있으면서

굳이 혼자가 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연대는

같아짐을 요구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속도가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같은 방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묵묵한 합의에 가깝다.


진짜 연대는

불편함을 동반한다.

상대의 선택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그 거리감이

계속 신경 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이유로

쉽게 떠나지 않는 태도.


연대에는

거리 감각이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침범하게 되고,

너무 멀어지면

연대는 금방 끊어진다.

그래서 연대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나는 연대를

위로의 말에서 찾지 않는다.

연대는

말보다

남아 있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상황이 불리해졌을 때,

관계가 번거로워졌을 때,

그래도 자리를 지키는 선택.


연대는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일도 아니다.

그저

혼자 싸우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

그리고

남의 싸움을

대신하지 않겠다고 절제하는 것.


그래서 연대는

가장 현실적인 용기다.

감정에 취하지 않고,

책임을 흐리지 않고,

각자의 존엄을 지킨 채

함께 있는 방식.


나는 이제

연대를

함께 울어주는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내어주는 선택으로 본다.


연대는

서로를 붙잡는 힘이 아니라,

각자가 설 수 있게 만드는

지지대에 가깝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