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하지만 결과에 나를 맡기지 않기
나에게 기대는
설렘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설렘은
그 자체로 나를 늘 행복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잘될 것 같다는 감각,
사람을 향해 마음이 두근거리는 느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조금 앞당겨 살아보는 기분.
그게 무엇이 되었든
기대하는 동안의 나는
대체로 기분이 좋았고,
삶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대하는 사람이었다.
기대하는 쪽이
삶을 더 잘 사는 방식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말을 들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다.
그건 너무 조심스러운 사람들의 말처럼 들렸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미리 마음을 접는 게
과연 더 성숙한 태도일까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보란 듯이
그 말을 여러 번 내게 증명해 보였다.
기대하며 기다렸던 일들이
아무 설명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되려 해를 끼치기도 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은 정확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제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말이
마치 진리처럼
내 삶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기대를 줄이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도,
결과에도,
상황 자체에도
기대를 걸지 않으려 애썼다.
확실히 편해졌다.
실망할 일도 줄었고,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일도 없어졌다.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할 이유도 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기대를 내려놓는 순간,
함께 사라진 게 있었다.
바로 설렘이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기쁨,
잘되기를 바라며 느끼던 두근거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조금 먼저 살아보던 행복감.
기대를 하지 않자
삶은 덜 아팠지만,
그만큼 덜 설렜고
행복한 느낌도 딱 그만큼 사라졌다.
그때서야
이 문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말이
정말로 옳았던 걸까.
아니었다.
그 말은 틀린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
기대하면서
결과를 너무 수동적인 태도로
상황에 맡겨버렸던 태도였다.
기대를 하되,
그 기대가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결과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어버렸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수동적인 태도로.
그제야
기대에 대해
다른 해석이 생겼다.
기대는
결과를 보장받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그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내기 위한
감정이었다.
설레는 마음은
결과가 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기 위한 것이었다.
기대를 하고 설레되,
그 결과와는
조금 떨어져 서는 것.
어떤 결과가 생기더라도,
설렜던 그 시간만큼은
내 삶에 남겨두는 태도.
나는 이제야
그걸 성숙함이라고 부른다.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기대하면서도
결과에 나를 수동적으로
맡기지 않는 사람.
설레되,
실망까지 끌어안지 않는 사람.
어릴 때 믿었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기대를 다루는 방식이
미숙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