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림의 자리에 앉다
오늘은 문득
‘불안’이 엄습한다.
아니,
습격이란 단어가
더 적절하겠다.
괜찮다가도
문득문득 습격해 오는
이 불안의 정체는 뭘까?
아직 갚지 못한 빚 때문일까?
불안한 경기 때문일까?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일들 때문일까?
아니면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일까?
오늘을 제대로 살아 내었냐고
꽤나 냉정하게 물어오는
‘검열하는 나’ 스스로의
압박으로부터 유래된 불안일까?
한동안
불안감 없이 괜찮았는데,
오늘 밤은 유독 불안에 떤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내 정신을 마주한다.
그리
유쾌하지 않다.
신경을 바짝 쓰면
눈이 빨리 피로해지는 것 같다.
눈이 타들어가는 듯이 따갑다.
눈을 꼬옥 감았다가 뜨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눈물이 살짝 고여오면서
조금 나아지는 듯하지만
이내 다시 눈이 따가워져 온다.
큰 숨을 들이켜고 내쉬어 본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들숨과 날숨을 크게 크게
길게 길게 쉬어본다.
조금은 릴랙스 되고 있는 거 맞지,
내 기분?
조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이내 포기한다.
‘아, 맞다. 지금 많이 춥지?’
내일부터 날이 조금씩 풀린다는데
이런 기분에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도
움직이고 싶다.
아마
살기 위한 나 자신의
자동반사적 반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그림을 그려야겠다.
일단은 몰입의 자리로
도망쳐야지.
정확한 이유가 없이
불안감에 휩싸일 때는
몰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이런 날은
내가 ‘롸커’였으면 좋았을걸 싶다.
크게 소리 지르고
고음을 바락바락 질러대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함 탓에
불안이고 뭐고
한방에 다 날아갈 듯한데 말이지.
음악을 크게 틀고
그림을 그려야겠다.
모든 생각을 내려놓은 채
멍하게,
쓰윽쓰윽 색칠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