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삶 위에서도, 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by 이키

사람의 감정은 롤러코스터와도 같다.


며칠 전엔 인스타그램이 성장하다보니 뿌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숫자가 오를 때마다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고, 누군가 나의 작업을 봐주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 기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외주 요청을 하겠다던 회사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고, 다른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서 조급해지고 있었다. 가끔은 누가 일부러 날 시험에 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현실은 반복적으로 나를 흔든다. 믿었던 관계가 조용해질 때면 서운함을 넘어서 배신감까지 스며든다.


그런 와중에 엄마는 월세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너 돈은 벌어야 하지 않니?,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지.”
그 말에 나는 대답을 머뭇거리고, 숨이 턱 막힌다. 말로는 괜찮다 했지만, 속은 이미 조용히 무너진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후회가 밀려들 때도 있다. "아, 안정적인 걸 선택했어야 했나?"


물론, 이 길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명함을 내려놓고, 어쩌면 바보처럼 보일 수 있는 길을 택한 건 나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단단히 준비한 걸음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나의 길’이라고 믿었고, 지금도 그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이 길의 끝이 절벽일지, 꽃이 만발한 길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만든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디자인을 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 묵묵히 앉아 계속 작업한다. 현실은 가끔 무섭고 서늘하다. 줄어드는 계좌 잔고, 퇴근 없는 하루, 주변의 걱정과 나 자신을 향한 의심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나를 붙드는 건, 종종 누군가가 보내는 메시지다.


“당신 덕분에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났어요.”
그 말 한 줄이, 텅 빈 마음을 가만히 채워준다.


삶이 점점 더 고파오고, 무언가를 붙잡고 싶을 때마다 나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작업을 멈추고 싶진 않다. 작업을 멈추는 건 나를 포기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만든다. 이 끝에 절벽이든, 꽃길이든.

그 끝을 보기 전까진, 계속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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