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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Aug 14. 2024

시간의 소리


말매미 소리 한번 우렁차다. 귀가 강판에 갈리는 것 같다. 옛날엔 남쪽섬에서나 들을 수 있던 특별한 소리였다. 크고 시커먼 말매미. 바퀴벌레 같은 말매미. 나무 한그루에 빼곡히 달라붙어 탐욕스럽게 피를 빨아재끼던 말매미. 애매미도 참매미도 전동톱 같은 말매미 기적에 기가 죽었나. 갈려나갔나. 예쁜 소리 다 어디 갔데. 예쁜 사람들 줄줄이 침묵한다. 침묵 하면 누구냐면 소리 없이 나무껍질인척하는 털매미다. 그리고 털매미 아빠인 크고 짙은 날개가 멋있는 매미계의 장수잠자리 유지매미씨. 이제 모두 무어로 가고 없다. 아이들은 매미 소리로 이름을 알아맞히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 부모도 선생도 모를지도 모른다. 알 필요도 기억할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내 유년만 해도 쓸데없는 것이나 많이 배웠다. 세월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 쓸데없는 것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는 이제사 쓸데 있는 걸 혼자 익히려니 괴로워 환장할 지경이다. 이 시간 누구나 쓸데없는 것으로 환장하고 있을 것이다. 환장하는 건 같으니 축하할 일이다. 환장하다 든 생각인데 오래된 집을 홀로 리모델링하느니 함께 단칸방을 새로 낳는 게 나았다. 품밖에 낳지 못하면 저절로 품속에 낳아진다. 아무래도 품밖에 낳는 게 나았다. 언제나 그쪽이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정신, 유전자, 존재가 하는 역사였다. 인간은 생명과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으로부터, 본성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존재가 무엇인지 점점 모르게 된다. 존재는 신비로운 무엇이 되고 체험이 된다. 우울의 본질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깨어나는 사람은 전보다 월등히 많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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