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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사과

by 자진유리




사과는 매끈히 구미를 당기기에

껍질은 짙은 빛깔 어서 갖자 안달했다


거짓으로 촉진된 차가운 핏덩이

자라지 못하고 영글었네


상자 속으로 매일 내동댕이쳐져도 몰랐네

누가 탈이 났대도 몫은 아니었네



사과는 달다고 해

하지만 깊은 곳은 어때


조금 시큼한가

조금 씁쓸한가


잘 모르겠어


진종일 뼉다귀를 개처럼 물고 있어도

잘 모르겠어



과연 겉이 달고 좋은 걸까

달콤한 기지개를 위한

조금 시큼하고

조금 씁쓸하고

조금 심심한 날들


그날들에 칼을 쥐고

껍질을 벗기고

토막을 내고

머리를 떼고

씨앗을 빼고

항문을 파고

포크로 예쁘게 찍어 먹는 건


조금 못하겠어

조금 귀찮아서

조금 서러와서

그리도 푸석한가


거실에 앉은이 원수라도

가슴팍에 통째로 던져줘야지


놓친 가을로 둘하나 떨치고

주우려 깊이 고개 숙일 때 더욱

깊은 멍으로 굴러가야지






사과 속에도 별이 있더라. 별은 빈틈 같았어.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 별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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