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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같지 않은 비유

by 자진유리




붓펜이 말라있다.


어젯밤 뚜껑을 안 닫았구나.


배운다.


뚜.껑.을.제.때.닫.지.않.으.면.펜.이.마.른.다.그.러.니.까.


스톱.

거기까지만.


쓸데없는 교훈.

삼라만상 죄다 갖다 불여 엮을 생각 좀 하지 마.

아주 지긋지긋해.


너 그거 병이야.



이 짓은 안 맞아.

인정할게 이건 아니야.


끝도 시작도 없는 아사리판 인형 뽑아 뭐할라꼬.

꼬박꼬박 먹는 시간 또박또박 줄 세워 뭐할라꼬.


까도 까도 까마득한 성벽.

신이 돌아누운 완벽.

닭껍질도 못 까본 놈이 뭘 안다고 손가락질 꾹꾹 욱여넣고 있어.


글이라는 방편은 부족해.

나도 턱없이 부족해.


널 뛰는 아이는 널 뛰게 해야지.

거실 한가운데 멍석처럼 쪼그려 앉혀 놓고 뭐 하는겨 시방 한가롭게.


이리덜컹.

저리쿵덕.


참을 수 있어?

감당할 수 있어?

네 자리가 거기 맞아?


춤추고 노래해 흔들리는 꽃처럼.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다~

또 뭐가 어째요?


이유 같지 않은 비유로 설득하려고 하지 마.

깡그리 한 몸인 거 아니까.

어차피 네놈도 똑같은 처지인 거 다 아니까.


누가누가 덜 잡종인가 더 순종인가.

아주 징글징글해.


한통속인 거 모르겠어?

너 또한 잡종.

한평생 잡기나 부리다 갈 운명.


잡기를 늘어놓지 마.

잡기를 휘두르지 마.


잡기야 물러가라 잡기야...



네가 오늘저녁 말라비틀어진 이유를.

어젯밤 뚜껑을 안 닫아서.

실수해서.

소홀해서.

그딴 비유 같지 않은 이유로 설득하려고 하지 마.


애초에 뚜껑 열린 적 없고 열릴 뚜껑도 없다.

우리는 단한번 마른 적 없고 마를 수조차 없다.


그러니까 그만.

이제 좀 그만.



어우.


으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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