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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잭 라 이르 Oct 08. 2024




숲이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곧장 덫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살랑살랑 거미로


잎이 뾰족한 나무 사이

잎이 넓고 둥근 나무 사이

잎이 노란 나무 사이

잎이 열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 사이

잎이 흉골처럼 생긴 나무 사이

잎이 화살촉처럼 생긴 나무 사이

잎이 날개처럼 생긴 나무 사이

잎이 나무처럼 생긴 나무 사이

잎이 투명한 나무 사이

잎이 없는 나무 사이


내일을 위해 수고해달라는

어제가 시킨 수고였습니다



엊저녁에 덫을 놓았습니다 설렁설렁 타잔이

어둠이 그를 굴속으로 밀어 넣기 전에 했습니다

히지만 빛 가운데서도 덫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숲 속 동물들만 걸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제 발이 가장 많이 걸리었습니다

하룻밤 지나면 덫을 어디에 뒀는지 잊었습니다

제아무리 짙은 표식도 아침이 맺히면 지워졌습니다


언제라도 덫을 밟으면 안 됩니다

언제라도 바보라고 놀림할 것입니다

덫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모릅니다

타잔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타잔은

셀 수 없는 구름 같은 덫은

내일 아침으로 얼마나 될지 모르기에

바보를 입에 담는 순간에 가장 바보였습니다


타잔은 숲을 호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나게 숲 속을 뛰어다닐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걷기에 익숙합니다

처음은 개미를 밟을까봐였습니다

다음은 버섯을 부러뜨릴까봐였습니다

때때로 원숭이를 잡아먹기 위해 그랬습니다

어느덧 개미 한 마리 없는 검은 땅 위에서도 뒤꿈치를 듭니다

개미도 따라 뒤꿈치를 들어보였습니다


타잔은 곤두서있습니다

깊은 굴속에 붉은 눈 웅크려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덫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숨은 타잔들을 꾀어내고 있습니다

이윽고 붉은 눈이 덫과 마주했습니다

곧바로 덫이 입을 벌려 말했습니다

말은 타잔의 뼈들이 으스러지는 소리였습니다

이어지는 말도 타잔의 맛이었습니다


덫이 사냥을 마치자 숲이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곧장 덫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살랑살랑 거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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